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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8, 2026

[세계의 시, 시의 세계]나 죽어서 웅웅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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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시, 시의 세계]나 죽어서 웅웅대는...

나 죽어서-웅웅대는 한 마리 파리 소릴 들었네-
방 안에는 고요
마치 끓어대는 폭풍 사이-
허공의 고요와도 같이-

사방에서 눈(眼)들은-싸늘하게 비틀어대며-
숨결은 죽음의 왕이 지켜볼
마지막 한순간을 위해
굳어지며-방 안에서-

난 내 유물들을 나누어 주었네-
양도할 내 몫에
사인하여-그러자 거기
날아드는 파리 한 마리-

우수에 잠겨-비틀비틀 웅웅대며-
빛과 나 사이에서-
이윽고 창은 닫히고-이윽고
아무것도 난 볼 수 없었네-

-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임종의 순간이 어떠하기를 소망하고 상상할 수는 있지만, 누구도 그 순간을 경험하고 다시 말해줄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시는 임종의 순간을 과거형으로 들려준다. 임종을 지켜보는 눈들 앞에서 숨결은 점점 굳어가는데, 고요 속에서 “웅웅대는 한 마리 파리 소릴 들었”노라고. 유물을 양도하는 순간, 죽음의 왕 대신 마지막 봉인처럼 날아든 파리 한 마리라니… 여기에는 극적인 이별의 슬픔도 형이상학적인 초월의 의지도 없다. 임종의 과정은 마침표나 쉼표 대신 대시(-)로 연장되고, “and then”(그러자/이윽고)이 세 번 이어지는 동안 삶이라는 창은 “빛과 나 사이에서” 차례로 닫힌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감각은 청각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고 파리의 웅웅거림마저 들을 수 없게 되는 것. 이러한 감각의 닫힘을 시인은 ‘죽음’이라 부른다. ‘다락방의 흰옷 입은 여자’라는 별명처럼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 집에서 은둔하며 시를 썼다. 그녀의 죽음 이후 1800편이 넘는 원고가 책상 서랍에서 발견되었다. 제목도 없이 파시클(수제본 소시집) 형태로 묶인 이 시들은 세상에 너무 늦게 알려졌다. 미국이 남북전쟁을 하는 동안 디킨슨은 고요하지만 격렬한 내면의 전쟁을 치렀다. 그리고 청교도주의와 뉴프런티어 정신 사이에서, 가부장주의와 페미니즘 사이에서 ‘독립된 개인’의 존엄을 시로써 지켜냈다. 삶에 대해 가차 없는 고립을 선택한 사람답게 디킨슨은 죽음 앞에서도 담담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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