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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4, 2026

‘이 정도는 괜찮겠지’…일상 파고든 보험사기 [김앤장 금융·핀테크·가상자산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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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을 변경하는 차량들을 골라 고의로 들이받고 우연한 사고로 꾸며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최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부미용시술을 통증치료로 속여 보험금을 허위로 청구한 병원과 환자 100여명이 적발되기도 하고, 몇 달 전에는 한 대형 한방병원이 수백억원대 자동차보험 사기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처럼 보험사기 적발이나 처벌 관련 언론 보도를 접하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해마다 늘어 2025년에는 1조1571억원에 달했다.

한국은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제정해 보험사기를 별도로 규율하고, 형법상 사기죄보다 처벌을 강화했다. 이 법에 따르면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해 보험회사를 속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보험사기행위에 해당한다.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한 자, 보험사기행위를 알선·유인·권유 또는 광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험사기이득액이 5억원 이상일 때에는 가중처벌된다.

‘조금 더’ 받아도 보험사기

보험사기라고 하면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나 방화, 고의 충돌이나 자해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런 강력 범죄만 보험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2025년 보험사기 적발 현황을 보면 진단서 위·변조 등을 통해 보험금을 부풀려 청구하는 사고내용 조작 유형이 54.9%로, 허위사고(20.2%)나 고의사고(15.1%)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사고 내용을 일부 조작하거나 피해 정도를 과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보험사기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실제 부상을 입은 사람이 치료 기간을 부풀리거나, 차량을 수리하면서 사고와 무관한 기존 손상까지 피해에 포함시켜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기가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보험사기를 먼저 제안하거나 권유하는 경우도 문제되고 있다. 실제 진료 내용과 다른 진단명이나 치료 내역을 기재한 서류를 발급하고 환자에게 이를 이용해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환자로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험사기 범죄에 가담하게 될 수 있다.

부풀린 보험금, 피해는 가입자 몫

보험은 동일한 종류의 사고 위험에 놓인 다수인이 보험료를 모아 공동기금을 만들고, 사고가 나면 그 기금에서 보험금을 받는 위험 분산 제도다. 이 제도가 유지되려면 구성원들이 내는 보험료 총액과 보험사고 발생으로 인해 지급되는 보험금 총액 사이에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그중 일부 가입자가 보험금을 부당하게 받아간다면 그 손해는 보험회사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가입자 모두에게 돌아간다.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라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부당한 보험금 청구가 건강보험 급여와 맞물리면 민영보험의 손실을 넘어 건강보험 재정까지 악화되는 것이다. 법원도 보험사기를 ‘합리적 위험 분산이라는 보험 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다수의 선량한 일반 보험가입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전가시킬 뿐 아니라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여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중대한 범죄’로 보고 있다.

행정제재도 적극 활용해야

감독당국도 보험사기 근절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가하는 병원 주도의 실손의료보험 및 자동차보험 사기를 제때 적발할 수 있도록 보험사기 의심 병원과 브로커에 대한 특별 신고·포상기간을 운영하고, 보험사기와 의료기관의 부당 청구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정보 공유 등 공조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인공지능(AI)을 악용한 서류 위·변조 등 신종 보험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함께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챗GPT]

[챗GPT]

여기에 더해 보험사기의 효과적 예방을 위해 행정제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보험모집종사자, 손해사정사, 의료인, 자동차관리사업자 등이 업무상 전문성을 이용해 보험사기를 저지르면, 그 업무를 규율하는 법령에 근거한 영업정지나 면허취소 등의 행정제재를 적극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험업법에 의하면 보험모집종사자나 손해사정사가 보험사기 행위를 한 경우 등록취소 또는 영업정지 사유에 해당한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를 자격정지 사유로 정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도 자동차정비업자가 정비명세서 등을 거짓으로 작성해 발급하면 등록을 취소하거나 영업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본업에 대한 영업정지나 면허취소 처분이 실제로 내려진다면 당사자가 받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크고, 심리적 경각심을 높여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효과도 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보험모집종사자, 손해사정사, 의료인, 자동차관리사업자 등이 보험사기로 기소되거나 처벌을 받으면 그 범죄사실 등이 주무관청(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시장·군수·구청장 등)에 통보돼야 한다. 통보를 받은 해당 주무관청이 실제로 행정제재를 했는지 점검하고, 관련 통계와 내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절차도 마련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대국민 교육과 홍보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보험사기는 거창한 범죄 계획이 아니라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험금을 청구하면서 허위 서류를 내거나 피해를 부풀리는 것도 범죄가 될 수 있음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겠다.

보험은 서로의 위험을 나누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유지되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직한 보험금 청구가 전제돼야 한다. 보험사기를 줄이는 일은 감독당국이나 보험회사만의 과제가 아니다. 엄정한 법 집행과 촘촘한 예방 체계, 그리고 일상 속 경각심이 함께할 때 보험은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김앤장 금융·핀테크·가상자산 인사이트]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금융, 핀테크, 가상자산 산업을 둘러싼 법·제도와 규제 동향을 살펴보고 주요 정책과 해석례를 참고해 기업과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시사점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백영화 변호사는 보험, 금융규제 및 컴플라이언스, 금융검사 및 조사 등의 분야에서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백 변호사는 보험 그룹의 일원으로서 보험사의 설립 및 인허가, 보험 규제, 감독당국의 검사 대응, 보험 분쟁 사건 등 보험사에 대한 풍부한 자문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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