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만나는 이창동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2편···“영화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이창동 감독. 넷플릭스 제공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는) 한국에서 ‘더 이상 노동자의 권리 같은 건 없다’는 것이 공식화된 첫 번째 계기였다고 봅니다.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건, 아무도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이창동 감독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를 소재로 만든 영화 두 편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지난 9월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가능한 사랑>이 지난 6월 넷플릭스에 처음 공개됐고, 그에 앞서 단편영화 ‘심장소리’(2022)가 지난 2일 공개됐다.
<가능한 사랑>의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창동 감독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를 화두로 붙잡은 이유에 대해 “노동자끼리 싸우게 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계속됐다. 집단적인 트라우마가 있었던 거고,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문제’로서 이야기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편영화 ‘심장소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두 영화 모두 설경구와 전도연이 해고노동자 부부로 등장하고 ‘철이’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이 두 사람을 촬영하고 싶어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부자 남편 ‘상우’(조인성)을 만나 얽히며 벌어지는 일을 통해 해고 이후 파괴된 노동자들의 삶과 트라우마, 재현의 윤리,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단편 ‘심장소리’는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와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는 아버지를 둔 소년 철이를 통해 해고가 가족에게 남긴 상처를 포착한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 <가능한 사랑>은 지난 9월 베니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이후 국내에서 2주간 한시적으로 상영됐다. 이번엔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을 만난다. 해고노동자 부부를 주인공으로, 2시간 44분 동안 느리게 끓어오르는 영화가 빠른 호흡의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OTT 플랫폼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8일 <가능한 사랑>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 1위에 올랐지만 글로벌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영화 개봉 당시 해고노동자를 촬영하는 예지의 시선과 태도에 대해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유독 ‘나이브’(순진)하게 그려지는 예지는 노동 의제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도가 높아 보이지 않으며, 미옥과 호섭의 고통이 담긴 이야기를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예지는 이 감독의 자기반성이 강하게 투사된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 <가능한 사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영화도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만들 수 없습니다. 특히 넷플릭스 같은 거대 자본과 작업하는 나 같은 사람도 그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독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비판적으로 그리려고 한 게 아니라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의 속성이 그렇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 감독은 <가능한 사랑>이 “해고노동자가 겪는 고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예지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며, “해고노동자 가족의 삶을 전하는 것이 영화 자체의 일차적 목표였다”고 했다. 그는 호석과 미옥의 서사를 구성할 때 “극영화를 만들 듯 짜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크게 극화하지 않는 선에서의 결말을 고민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소감으로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의 역할’에 대해 이 감독은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관계를 회복거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지 결론내려 말할 수 없다”면서도 자신의 답을 내놨다.
“예지가 영화를 찍음으로 해서 호석이 자기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호석은 깊숙한 곳의 분노, 절망을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심리치료 하는 집단상담에서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예지의 카메라 앞에서 어쩼든 말을 하게 됐죠. 폭발하고 울기도 했지만 한 번 드러낸 거죠. (예지의) 다큐멘터리가 끝까지 완성됐을지 알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치유의 역할도 했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에 회의적이라면 얼마든지 회의적일 수 있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하면 그만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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