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의 눈이 되는 공간정보, 새로운 산업의 길을 열다
길눈이 밝은 사람이 있다. 낯선 동네에 가도 금세 방향을 잡고, 막다른 골목을 만나면 돌아갈 길을 찾아낸다. 사람에겐 별일 아닌 듯하지만, 인공지능(AI)에게는 꽤 어려운 숙제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척척 풀고 사람처럼 대화하는 AI도 거리로 나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계단과 경사로를 구별하고,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가는 일부터 배워야 한다.
사람은 눈으로 보고 경험하면서 주변을 익힌다. AI도 카메라와 센서로 주변을 살피지만, 도로와 건물의 위치, 지형의 높낮이, 주변 사물의 관계를 정확하게 알아야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다. 우리가 지도를 보며 길을 찾듯 AI도 이런 정보를 활용한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이 ‘공간정보’다. 여기에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결합되면서 ‘공간지능’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공간정보가 AI를 만나면 우리 삶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자율주행차가 복잡한 도로에서 주변 상황을 살피며 달리고, 배송 로봇이 골목길의 장애물을 피해 물건을 배달한다. 지형과 빗물의 흐름을 분석해 침수 위험을 미리 파악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기술이 있다고 누구나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력이 있어도 필요한 정보를 구하지 못하면 개발부터 막히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좋은 아이디어도 사업으로 키우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기업이 도전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제4차 공간정보산업진흥 기본계획(2026~2030)’은 이러한 고민을 담았다. 정부가 정보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보다 기업이 그 정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정보가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기술이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정책의 역할이다.
우선 AI가 국토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3차원 공간정보를 확충하고,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밀도로 정보도 고도화한다. 도로와 건물의 위치는 물론 높이와 형태까지 담아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할 토대를 다지는 것이다. 정보의 품질을 높이는 일과 함께 활용의 문턱도 낮춰야 한다. 국가 공간정보 플랫폼 ‘브이월드(V-World)’를 개선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고 쓸 수 있도록 하고, 보안은 지키되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는 합리적으로 손볼 계획이다. 공간정보와 AI를 함께 다룰 인재를 키우고 기업의 해외 진출도 뒷받침한다.
이렇게 갖춘 기반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널리 알리고 협력할 상대를 만나는 기회도 필요하다.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2026 K-Geo Festa’가 그런 자리다. ‘변화를 여는 GeoAI, 깨어나는 세상’을 주제로 첨단 측량과 위성정보, 3차원 공간정보, 디지털트윈, AI 기반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기업에는 협력과 사업의 기회가, 국민에게는 공간정보가 생활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길눈이 밝은 사람은 혼자서도 길을 잘 찾지만, 낯선 길에서는 좋은 지도 하나가 큰 힘이 된다. 공간정보산업도 마찬가지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성장의 걸림돌을 걷어낼 것이다. 그 성과가 국민의 더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으로 이어지도록 힘을 보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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