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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September 22, 2026

“첫눈에 반한 문경, 제 인생의 베이스캠프가 됐죠”[서울청년 지역으로, 기회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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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지역으로 내려가 ‘내 일’을 찾고 있다. 서울시가 2019년부터 추진 중인 ‘넥스트 로컬’ 사업은 청년들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고 있다. 1기부터 시작한 ‘성공 모델’은 어느새 8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넥스트 로컬을 통해 지역에 안착한 5명의 청년을 만났다. 청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 다음’을 계획하고 있었다.

구자원 고결건축사 사무소 대표가 지난 14일 경북 문경시 가은읍 지역문화스테이 공간 ‘고결 문경’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류인하 기자

구자원 고결건축사 사무소 대표가 지난 14일 경북 문경시 가은읍 지역문화스테이 공간 ‘고결 문경’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류인하 기자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낮의 볕이 한지 창호를 통해 실내를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지붕 서까래 일부를 원형 그대로 살린 천장에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흘러나왔다. 60여 년 전 쉴 새 없이 쇠를 달구고 두드렸던 자리에는 깔끔한 목조 테이블이 놓였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지역 문화스테이 ‘고결’은 구자원 대표(39·넥스트로컬 3기)와 그의 친구들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처음 문경 가은읍에 도착했을 때 ‘뭔가에 씌었나’란 생각을 했어요. 첫눈에 너무 좋았거든요.”

구 대표를 비롯해 건축을 전공한 친구 셋은 2021년 지하철 광고 홍보물을 보고 덜컥 서울시 넥스트로컬 3기에 지원했다. 세 친구 모두 인생의 전환점이 필요하다 느낄 때였다.

그역시 7년 차 직장인이었다. 구 대표는 이야기가 있는 오래된 공간을 자신의 색이 담긴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다. 지원 안내문을 본 구 대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할 기회라 생각했다. 지역과 공간을 결합한 ‘쇼룸’을 만드는 게 그들의 첫 목표가 됐다.

문제는 ‘어디서 할 것인가’였다. 이들은 경북 곳곳을 찾아다녔다. 몇 달간 100여 곳을 둘러봤지만 모두 허탕이었다. 사업을 할 수 없거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구 대표는 “사업 아이템 제출기한이 임박했는데 쇼룸을 만들 공간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거의 포기 상태에서 한 친구가 ‘우리가 처음 봤던 가은읍으로 다시 가볼까’라고 제안했다. 돌고 돌아 결국 처음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 뒤로는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세 친구가 동시에 ‘이곳이다’ 했던 곳도 금세 찾았다. 현재 ‘고결’이 있는 대장간이었다.

가은읍은 1960년대만 해도 국내 최대 탄광회사였던 은성사업소가 있던 곳이다. 세월이 흘러 광산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도 떠났다. 대장간 역시 제 기능을 잃고 20년 넘게 빈집으로 남아 있었다.

공간을 확보한 세 친구는 문경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문화를 찾아 나섰다. 넥스트로컬 담당자를 통해 문경에서 활동하는 지역 사업가를 소개받았고, 한 번 맺은 인연은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졌다.

문경 한지를 콘셉트로 쇼룸 공간을 만들 계획이었던 이들은 국가무형문화재 문경한지장 김삼식 장인과 전수자인 아들 김춘호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열심히 준비해 간 사업계획을 3시간여 동안 쏟아냈다. 장인과 전수자는 기꺼이 그들을 돕겠다고 했다. 이어 “문경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작가도 있으니 한 번 만나보라”고 제안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도자기 명장 청마 유태근 작가였다. 세 사람은 천연염색 공예가 진계숙 디자이너까지 문경에 터 잡고 활동하는 20여 명 장인·작가들과 고결의 공간을 하나씩 만들었다.

고결은 어느새 단순한 전시장을 넘어 지역 문화를 직접 경험하며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누구나 숙박 및 대관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 문경 장인들의 작품이 하나둘씩 놓였다. 그렇게 ‘고결’은 문경의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이 됐다.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지역문화 스테이 공간 ‘고결 문경’ 내부 모습. 고결건축사사무소 제공

경북 문경시 가은읍의 지역문화 스테이 공간 ‘고결 문경’ 내부 모습. 고결건축사사무소 제공

현재 고결은 구 대표 혼자 맡고 있다. 그는 고결이 문경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과감히 사표를 냈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찾은 이상 여기에 집중하고 싶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와 함께 꿈을 키웠던 두 친구는 요식업과 IT 쪽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공주에서 요식업에 도전하는 친구는 현재 넥스트로컬 8기에 다시 참여 중이다.

지역 문화와 공간을 결합한 구 대표의 사업은 경북 안동과 대구, 전북 김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곳에서도 지역문화를 공간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서 잘 되더니 금방 다른 데로 가버리네’란 지역 분들의 선입견을 없애고 싶었어요. 문경은 저에게 건축가로서 제2의 인생을 만들어준 소중한 곳이기도 하고요. 영원히 제 인생의 ‘베이스캠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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