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미미, 다른 사랑…황수미·박혜상이 펼치는 두개의 ‘라 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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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냥 훅 불어넣는 느낌이에요.”
소프라노 박혜상(37)에게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는 자신의 목소리와 음악을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배역이다. 오랫동안 미미 역이 목소리에 잘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는 연습을 시작하자 “제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며 “제 음악이나 목소리가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소프라노 황수미(39)에게 미미는 10년 넘게 무대에서 만나온 인물이다. “2016년 처음 이 역을 맡았을 때는 잘 소화하고 싶고, 아리아를 멋지게 부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프로덕션을 거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생각이 많아질수록 조금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잘 부르고 싶은 욕구가 컸다면 지금은 이 극을 어떻게 인간적인 내용으로 풀어낼 수 있느냐를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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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5~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라보엠’은 가난한 다락방에서 만난 미미와 시인 로돌포의 사랑, 병든 미미의 죽음을 서사로 한 작품이다. 서울대 음대 선후배이자 학창 시절 한 교회에서 성가대로 활동했던 두 소프라노가 130년 넘게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사랑받은 작품에서 같은 역을 맡았다. 19일 만난 두 사람은 미미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랐다. 황수미가 여러 차례의 무대 경험을 통해 인물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다면, 박혜상은 자신의 목소리에 꼭 맞는 역할을 만났다는 기대 속에 새로운 미미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황수미가 처음 미미를 연기한 것은 10년 전, 2016년 독일에서였다. 지금처럼 긴 머리 가발, 예쁜 모자를 쓴 미미가 아니었다. “대머리 가발에, 정말 아픈 미미, 완전히 초현실적인 미미였어요. 굉장히 실험적이고, 호불호가 갈리는 연출이었죠.” 이후 오스트리아 빈 등 여러 무대에서 미미를 연기했다. 2024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도 섰다. 2년 만에 다시 선 이번 무대에선 젊은 연인의 사랑을 넘어 ‘인간의 사계’를 보여주겠다 했다. “봄·여름이 젊은이들의 사랑이라면 가을·겨울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저무는 순간도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세월과 시간의 흐름, 인간이 익어가는 그런 면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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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상에게는 이번이 첫 미미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배역이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맞는 역할을 찾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아시아인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이 있었다”며 “맞지 않는 역할을 오래 하며 스스로 힘들게 한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1935~2020)의 미미를 집중적으로 들으며 배역을 연구했다. “프레니는 자신이 가볍게 가고 있는지, 더 오버해서 표현하고 있진 않은지 체크하는 역할이 미미였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도 이 역할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반면 황수미는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일레아나 코트루바스(1939~2026)의 미미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밝은 색깔을 생각했을 때 저랑 조금 더 맞는 것 같아요.”
박혜상은 “프레니가 음악 안에서 연기를 펼치는 쪽이라면, 코트루바스는 순수함과 깨끗함이 극대화되고, 빠른 말 붙임과 강한 감정 전달이 돋보인다”며 “황수미의 미미는 코트루바스와 닮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황수미는 “박혜상은 무대에서 프레니처럼 혼신을 다해 완전 몰입하는 스타일”이라며 “그가 많은 사람을 울리는 미미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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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미미와 로돌포의 사랑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남녀 사이는 본인들끼리만 안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보기에 찌질한 남자라도 나에게는 한번의 눈빛으로 불이 붙는 순간이 있잖아요.”(황수미) “미미는 다락방에 살지만 꿈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인데, 그걸 로돌포가 채워주는 것 같아요. 로돌포는 시인이고, 미미는 로돌포에게 영감이 되잖아요.”(박혜상) 황수미는 불꽃 튀는 사랑으로, 박혜상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관계로 본 셈이다.
박혜상은 ‘라 보엠’이 관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미미의 현실적 죽음에서 찾았다. “독약이나 극적인 사건으로 죽음을 다룬 ‘라 트라비아타’ ‘마농’ ‘로미오와 줄리엣’과 달리 미미의 죽음은 너무 현실적이에요. 모든 것들에 힘이 풀리면서 가장 사람다운 죽음을 맞이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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