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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7, 2026

“미국에 줄 게 많아진 한국…‘전략적 자율성’ 강화에 미래 달려” [ 아시아미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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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7회 아시아미래포럼이 오는 2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주제는 ‘격변의 시대, 리딩국가로 가는 길’. 국제 질서 변동과 인공지능(AI) 전환이 겹치는 격변 속에서 공동체 공존을 위한 한국의 길과 선택을 모색한다. 포럼에 앞서 주요 연사 인터뷰와 기고를 잇달아 싣는다. 편집자 주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7회 아시아미래포럼(10월28일)에서 ‘불안정한 세계경제 질서와 한국의 경제안보 대응’을 주제로 연설하는 김양희 대구대 교수가 9월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제17회 아시아미래포럼(10월28일)에서 ‘불안정한 세계경제 질서와 한국의 경제안보 대응’을 주제로 연설하는 김양희 대구대 교수가 9월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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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한국이 54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9월 한국 수출은 1200억달러를 넘어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연말이면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연간 상품 수출 1조달러 국가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상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끌려 들어가며 모멸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한국. 최첨단 제조업 국가로 자긍심을 뿜어내는 한국. 어느 쪽이 본모습일까?

경제안보 전문가인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통상학)는 둘이 한 뿌리에서 나온 양면이라고 말한다. “미국에 뺏길 게 많아졌다가 아니라, 우리가 미국에 줄 게 많아져서다. 주어를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제조 역량을 절실히 필요해 압박하고, 같은 이유로 한국에 협상 공간이 열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힘을 쓸 줄 모른다는 데 있다. “몸은 대학생이 됐는데 마인드셋이 못 따라오는 거다. 대체불가 대한민국을 외치지만, 어떻게라는 전략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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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제17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불안정한 세계경제 질서와 한국의 경제안보 대응’을 주제로 기조 발제한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경제안보분과장과 한미전략투자 운영위원회 민간위원을 맡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9월29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했다.

― 미국은 동맹을 묶어 ‘진영 대 진영’의 보호주의를 짠다. 신냉전과 달리 선별적이고 전선이 유동적이다. ‘보호주의 진영화’는 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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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힘은 쇠퇴했고 중국과 제3국의 상호의존성이 워낙 고도화돼 혼자 막아봤자 여기저기 구멍이 너무 많다. 더욱이 혼자만 중국과 끊었을 때 반도체나 반도체 장비 사례처럼, 한국·일본·네덜란드 등 우방과 동맹이 반사이익을 가져가는 것도 싫다는 거다. 힘이 세서가 아니라 힘이 달려서 택한 전략이다.”

―그런데 오히려 동맹을 관세로 협박한다. 한국이 목소리를 낼 여지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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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이라고 해버리면 미국·중국 뺀 나머지 나라는 수동체가 되거나 가려진다. 보호주의 진영화로 보면 쇠퇴하는 미국에 없는 부분을 가진 한국이 운신의 폭을 넓힐 전략 공간이 보인다. 반도체·조선·원자력발전·정유·배터리 등이 중국에 덜미를 잡힐 참인데 미국이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미국과 당분간은 가되, 그 안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가질지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참 어려운 시기다.”

― 우리가 가진 지렛대는 무엇인가?

“제조 강국이라는 거다. 미 진영에서는 우리를 대체할 나라가 없다. 반도체 장비는 일본이, 정밀기계는 독일이 잘한다. 그런데 두 나라 다 원전, 조선, 반도체가 안 된다. 이런 전략 산업 모두 우리보다 잘하는 나라는 중국 뿐이다(다만, 아직 중국도 HBM은 못한다).”

― 한국이 처한 위치를 냉정히 규정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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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강국, 개방국, 협착국, 분단국, 비패권국이다. 제조강국 말고는 강점이 아니라 약점이다. 그런데 발상을 바꾸면 다르다.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은 협착국이었기에 발전했다. 러시아와 중국에 너무 가깝고 북한이 있어 미국이 무시할 수 없고,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이 미국 쪽으로 넘어가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 정도가 아니다. 중동이 왜 한국 원전을 수입하고 무기를 사 갔겠나. 비패권국이라 뒷탈이 없어서다. 개방국·비패권국이라는 말엔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세계보다 규범 기반 질서가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다는 함의가 있다.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거쳐 인공지능(AI) 강국,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지만 누구에게도 위협이 될 수 없는 나라, 그 고유의 서사를 활용해야 한다.”

― 가진 게 많은데 왜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이나?

“시장·기술·안보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우리를 많이 따라와 우리 물건이 필요 없고, 우리가 팔 수 있는 에이치비엠(HBM·고대역폭 메모리)은 미국 때문에 (중국에) 못 팔고 우리도 부메랑이 겁나서 못 판다. 그러니 미우나 고우나 미국 말고는 큰 시장이 없고, 필요한 기술을 줄 데도 없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

― 가진 걸 힘으로 전환하려면 어떤 나라를 지향해야 하나?

“전략적 결절국이다. 경제·기술·안보의 다중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대체 곤란한 ‘결절’(node) 기능을 담당해 각 네트워크의 원활한 작동에 긴요한 나라가 되며, 이를 전략적 자율성의 원천으로 전환할 수 있는 비패권국을 말한다. 그래서 미국에 휘둘리는 지금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영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필요한 거다. 그런데 ‘대체불가 대한민국’은 전자만 강조한다. 옆집에 긴요한 빵과 버터를 가진 게 ‘대체불가 대한민국’이라면, 이를 내게 절실한 밥과 김치로 바꾸는 나라가 전략적 결절국이다.”

― 현재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가?

“결절성은 어느 정도 축적했다. 반도체·조선·원전·전력·방산에서 결절 기능을 하고, 에이치비엠(HBM)·첨단메모리·조선·정제에서 대체 비용을 올려놨다. 문제는 이를 전략적 자율성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다. 결절 위치에 있다고 저절로 전략적 결절국이 되지 않는다.”

― 가진 것을 왜 힘으로 전환하지 못한다고 보나?

“각론은 있는데 총론이 없다. 예컨대, 경제안보 관련 법제는 ‘공급망 3법(소부장특별법·공급망기본법·자원안보특별법)’, ‘기술 4법(국가전략기술육성법·조세특례제한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산업기술보호법)’에 산업별 육성법까지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마다 20여개 법안이 차곡차곡 쌓였다. 문제는 이를 총괄해 경중완급을 정하고 조정하는 메타전략이 없다는 거다. 예컨대 반도체 관련 법은 많은데, 사이버 안보는 별로 없다.”

― 상위법을 하나 더 만들면 되나?

“아니다. 그 뿌리에 경제부처 간 칸막이가 있고, 경제와 안보 간 칸막이 문제까지 더해졌다. 북극항로는 경제와 안보가 고도로 연결된 문제인데, 이를 산업부나 외교부가 따로 봐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방산 수출은 안보 자강과 협력의 맥락에서 봐야 하는데, 산업부나 방사청만 나서면 무기 장삿꾼이 된다. 이를 경제책략, 나아가 국가책략(statecraft) 시각에서 조망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전략적 결절국은 요원하다.”

― 조직으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경제안보 비서관을 (지금처럼) 안보실에 넣는 건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 비서실장 밑에 경제안보수석을 두면 정책실과 안보실을 같이 볼 수 있다. 모든 회의에 들어갈 수 있는 ‘리베로’다. 그런데 사람한테만 맡기면 그걸 잘할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되겠나. 리베로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안에 경제안보 싱크탱크를 만들자는 거다. 각 부처 사람들이 파견돼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넘어서는 경제안보 전략을 고민하는 곳이다.”

10월3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버틀러-반달리아 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10월3일(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버틀러-반달리아 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 전략적 자율성을 현안인 대미투자에 적용하면?

“총론 부재의 문제점을 반복해서 드러내는 사례이자 전략적 결절국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사례다. 이제부터 핵심 질문은 ‘약속한 돈을 얼마나 집행하는가’가 아니라 ‘다음 송금을 어떤 편익과 조건을 확보한 사업에 투입할 것인가’가 돼야 한다.”

―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내세워 손해 보지 않겠다고 하는데?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특별법 시행령은 상업적 합리성을, 사업 존속기간 동안 한국에 분배되는 총 예상수입으로 원리금을 전부 충당할 수 있는 현금 흐름으로 규정한다. 우리가 전액을 대는 투자인만큼, ‘회수’할 총편익을 금융적 편익(F), 산업정책적 편익(I), 경제안보적 편익(ES)으로 분해해야 한다. I는 우리 기업이 기자재 공급·EPC(설계·조달·시공)·운영을 맡고 미국 시장 진입을 통해 한국의 산업정책적 목표 실현에 기여하는 것, ES는 공급망·에너지·기술·전략시장 접근 강화로 경제안보적 국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상업적 합리성’으로 정의되는 F는 필수조건일 뿐, I와 ES를 더해야 한다. 이는 상업적 합리성의 충족 기준을 낮추자는 게 아니라 목적함수의 범위를 더 넓혀 확대해야 한다는 거다. F를 빼고 I와 ES만 강조하면 필수조건의 취약함을 덮어버릴 수 있다.”

― 손실위험은 어떻게 통제하나?

“매몰비용 통제력이 관건이다. 새로운 정보가 기존 판단을 훼손할 때 다음 자금을 보류·축소·중단해 추가 노출을 통제하는 능력이다. 일본이 이걸 잘한다. 발표된 6개 사업의 예상 총사업비가 약 1090억달러인데 최초 대출약정액은 2% 수준이다. 잘게 쪼개면서 생색은 크게 낸다. 그런데도 위험이 드러났다.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선 원전 사고 때 자금을 댄 일본 쪽까지 배상책임을 지는지가 쟁점이 됐다. 미국은 구두로만 이를 약속할 뿐 법적 효력 있는 계약서에는 담지 않았고, 일본은 자금 집행을 보류했다.”

― 우리도 그런 위험이 있나?

“당연하다. 그래서 절대 관성에 의해 움직이면 안 된다. 1차 갔으니 2차도 따라가는 게 아니라, 1차가 매몰비용이 되는 건 아닌지 엄정히 따져 됐다 했을 때 가야 한다. 후속 금융은 최초 결정의 자동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에 근거한 새로운 투자 판단이어야 한다.”

― 그 판단은 누가 검증하나?

“누가 어떤 정보를 갖고 어느 단계에서 ‘노’ 또는 ‘조건부 예스’를 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일본은 재무성 산하 재정투융자분과회에서 외부 전문가들이 사업선정권, 국제협력은행(JBIC)의 독립적 거부 가능성 등을 실명으로 공개 질의하고 회의록도 공개한다. 반면 우리는 지난달 22일 국회 보고 때 협상 보안을 이유로 상임위원회 전문위원과 의원 보좌진 배석까지 불허했다. 이래서야 전문적 검증이 되겠나. 보안서약, 제한열람 같은 방식으로도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이건 팔 비틀려 하는 거대 장기 투자다. 관련자들 임기는 유한한데 사업은 20년 이상이다. 이들은 자기 임기 안에 중단시키기보다 조금 더 넣고 빨리 떠나는 게 이득일 수 있다. 그 뒷감당은 누가 하나. 그들의 면책 범위를 분명히 하되, 그들이 떠난 뒤에도 검증할 수 있게 기록의 공개 범위를 넓히고, 금융적 편익(F)·산업정책적 편익(I)·경제안보적 편익(ES)을 측정 가능한 지표로 만들어야 ‘이거 아니네’ 했을 때 뒤집어엎을 근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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