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 맡긴 대입 원서접수…‘먹통’ 나도 정부는 개선 강제 못한다
유웨이어플라이 로고
대입 원서접수 마감 직전 접수 대행 민간업체의 서버가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정부가 민간업체의 서버 용량이나 프로그램을 직접 점검·관리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선을 강제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이라는 국가 교육 절차의 핵심 인프라를 민간업체에 맡기면서도 시스템 안정성을 공공이 직접 관리·감독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도마에 올랐다.
13일 교육부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대입 원서접수를 공공에서 일괄 담당했다면 교육부의 관리·감독이 가능하지만, 민간업체가 개별 대학과 직접 계약을 맺는 현재 구조에서는 전혀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입 원서접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공통원서 시스템과 민간 대행업체의 대학별 원서접수 시스템이 결합된 형태다. 수험생이 공통원서에 이름과 주소, 출신학교 등 기본정보를 한 번 입력하면 여러 대학에 지원할 때 이를 불러올 수 있지만, 실제 대학별 원서접수는 각 대학과 계약한 민간 대행업체의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 두 업체가 대학별 원서접수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대교협 역시 공통원서 시스템에 대해서는 성능시험 등을 하지만 민간업체 내부의 서버 용량이나 프로그램을 직접 들여다볼 수는 없다. 서버 오류가 발생한 유웨이어플라이 관계자는 교육부나 대교협이 서버 증설 등을 요구할 경우 이를 따를 의무가 있느냐는 질문에 “사기업에 대해 정부가 늘려라 마라 할 수는 없다”면서도 “사고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권고를 따를 것”이라고 했다.
민간업체가 담당하는 대입 원서접수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가 이번에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2005년 12월에도 2006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일에 민간 대행업체들의 서버가 잇따라 마비되면서 교육부는 대학들에 원서접수 기간을 하루 연장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정부가 이후 원서접수 시스템을 공공 영역으로 가져오려 한 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공공이 중심이 되는 공통원서접수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그러나 민간 원서접수 대행업체가 법원에 ‘대입원서접수시스템 구축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대교협과 진학사가 2010년 체결한 계약에 새로운 원서접수 업무를 추진할 경우 사전 협의하도록 한 조항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협의 전까지 시스템 구축을 중단하도록 했다.
당시 민간업체들은 공공이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업체를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안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유영산 당시 유웨이어플라이 대표이사는 2014년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트래픽에 따른 시스템 부담과 보안관리 부담이 높고, 문제요소에 대한 대비와 인력운영에도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존 업체를 활용하면 대학별 시스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시행착오가 최소화”된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공통원서는 공공이 마련하되 실제 대학별 원서접수는 기존 민간업체가 맡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후 10여년간 공공과 민간이 원서접수 업무를 나눠 맡는 구조가 이어져오다 이번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필요 시 수사 의뢰 등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발방지 대책과 원서접수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공공이 직접 운영하는 방안까지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과거 법원이 제동을 건 민간업체와의 사전협의 문제부터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지금처럼 민간 운영을 유지한 채 관리·감독만 강화할 경우 그 비용이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다시 원점에서 대입 원서접수와 관련된 시스템을 국가가 실시하는 문제를 재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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