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 노사갈등 재점화…‘고용 안정’ 합의안 부결돼

페퍼저축은행 노사가 정리해고 대신 근로시간·임금을 줄이기로 한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고용 유지 방안이 사실상 백지화되면서 노사는 재차 정면충돌 국면에 들어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페퍼저축은행지회는 지난달 29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를 진행했으나 안건이 통과하지 못했다. 합의안은 지난달 22일 노조와 데이비드 유 드레이크 대표이사가 마련했다.
합의안에는 주당 소정근로시간을 현행 40시간에서 36시간으로 줄이는 주 4.5일제를 11월부터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임금은 근로시간 단축에 맞춰 기본연봉을 8.3% 조정하고, 월 급여총액을 다시 산정하되 시간당 임금은 유지하도록 했다.
또한 고용 보장 측면에서 회사가 합의와 동시에 경영상 해고 절차를 중단하고, 유효기간에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희망퇴직 등으로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는 조치도 금지 대상에 넣었다. 임금 원상회복 조건도 담겼는데, 회사가 1년 누적 당기순이익 100억원 이상 흑자를 내면 이듬해부터 종전 시간당 임금으로 되돌리도록 했다.
이러한 합의안이 부결된 배경은 근로 방식과 임금 구조 변경에 대한 내부 반감 때문이다. 노조 집행부는 특정 직원을 구조조정하는 대신 전 직원이 부담을 나누는 방안을 사측과 협상했지만 조합원 공감을 얻는 데 실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리해고 절차가 재개되며, 파업이나 집회·소송 등 노조 후속 행동이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페퍼저축은행은 2022년까지 총자산 7조원대 대형사였으나 부실 정리를 거치며 현재 2조원대로 줄었다. 2023~2025년 누적 순손실은 259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순손실은 11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0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여서, 사내에서는 합의안 속 ‘순이익 100억원’ 복원 조건의 현실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어진 적자에 지난해부터 회사는 대규모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고, 이에 올해 사상 첫 노조가 출범하는 등 내부 반발도 거세졌다. 지난 5월 데이비드 대표 취임 이후 조직 슬림화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앞서 회사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여자 프로배구단도 매각한 바 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노사 합의안에 대한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며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은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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