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거쳐 미·중으로… 미·중 갈등에 제3국 거친 한국 반도체 수출 비중 늘었다
7월30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항공기에 탑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베트남 등 제3국을 경유한 한국 반도체의 대미·대중 간접 수출 비중이 모두 증가했다고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한은은 미국이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공급망 충격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특정 생산 거점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글로벌 교역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미·중 간 직접 교역이 감소하는 가운데 양국과 교역 관계를 맺고 있는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 이른바 ‘커넥터(Connector) 국가’의 연결고리 역할에 주목했다.
한국의 공급망은 이 커넥터 국가 생산망을 통해 미·중과의 연결을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 베트남 수출에서 창출된 부가가치 중 최종적으로 미국의 최종 수요(소비·투자 등)에 사용되는 비중은 2016년 11.1%에서 2022년 18.5%로 늘었다. 중국에 사용되는 비중 역시 7.3%에서 13.9%로 증가했다.
특히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업종에서는 미국으로 연결되는 비중이 12.8%에서 21.0%, 중국으로 연결되는 비중이 11.2%에서 19.4%로 모두 크게 증가했다.
한은은 또 한국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미국의 최종 수요로 직접 연결되는 비중은 대체로 유지된 가운데 제3국을 통한 간접 연결에서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 연합)의 역할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한국산 중간재가 제3국의 생산기지를 거쳐 미국으로 이어지는 간접 경로에서 중국 경유 비중은 10.7%에서 6.8%로 낮아진 반면, 베트남 등 아세안5국 경유 비중은 4.9%에서 8.3%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등 업종에서는 아세안5국 경유 비중이 꾸준히 높아져 2022년(18.6%)에는 중국(17.0%)을 상회했다.
한은은 “최근의 지정학적 분절에도 한국 역시 아세안 생산망을 활용해 미·중 시장 모두와의 연결을 유지해 왔다”며 “이는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생산·수출 경로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한국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한국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은은 “미국이 원산지 규정이나 우회수출 조사 등 공급망 관련 규제를 강화할 경우 그 여파가 한국 기업과 국내 중간재 수요에까지 간접적으로 미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며 “주요국의 정책 변화나 공급망 충격이 국내로 파급될 가능성을 함께 관리하고, 특정 생산거점·경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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