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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1, 2026

“밟으면 똥길” 예쁘지만 냄새는 지독한 은행나무···서울에 왜 유독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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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열매 채취 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은행나무 열매 채취 작업.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부터 냄새 조심해야겠네.” 가을이면 서울 거리에서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은행나무 아래를 걸을 때면 고개를 숙이고 바닥부터 확인하게 된다. 멀쩡해 보이는 열매 하나를 밟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신발 밑창에 으깨진 은행 열매가 달라붙고, 특유의 지독한 냄새가 집이나 사무실까지 따라온다. 흔히 ‘똥 냄새’에 비유되는 이 악취 때문에 은행나무는 아름다운 가을 풍경의 주인공인 동시에 가을철 보행자의 골칫거리가 된다.

그런데 궁금해진다. 서울에는 왜 이렇게 은행나무가 많은 것일까. 서울시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10만2794그루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제로 열매를 맺는 암나무는 2만5127그루로 전체의 24.4%다. 서울시는 가을마다 이 암나무를 대상으로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수거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나무가 서울 거리를 차지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은행나무는 도시 환경에 강한 나무다. 서울시는 1971년 4월3일 은행나무를 서울의 공식 나무로 지정하면서 아름다움과 긴 수명, 도시의 공해와 병해충에 강한 특성을 이유로 들었다. 크게 자라는 특성도 서울의 발전과 번영을 상징하는 나무로 선정한 배경이었다.

실제로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심기에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서울시 자료에서도 은행나무는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고 병해충에 강하며 가을이면 노란 단풍을 보여주는 수종으로 소개된다. 2001년 한국농림기상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도 김판기·구영본·이재천 등 연구진은 서울의 청로, 남산, 잠실에 심어진 은행나무를 조사하면서 은행나무가 대기오염에 강한 수종으로 알려져 가로수로 식재돼 왔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은행나무 가로수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서울시가 2004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당시 서울의 전체 가로수 약 27만5000그루 가운데 은행나무가 11만6000그루로 42.2%를 차지했다. 플라타너스라고 불리는 버즘나무가 10만2000그루로 37.1%였다. 당시 서울의 가로수 대부분을 두 수종이 차지했던 셈이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경복궁 뒷편의 청와대길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기남 기자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경복궁 뒷편의 청와대길에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기남 기자

문제는 은행나무가 암수딴그루라는 데서 시작된다. 은행나무는 한 그루에서 암꽃과 수꽃이 함께 피는 나무가 아니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다. 열매처럼 보이는 노란 물질도 엄밀히 말하면 열매가 아니라 씨앗을 감싼 부분이다. 암나무에서만 씨앗이 만들어진다. 수나무는 꽃가루를 날릴 뿐 냄새나는 은행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문제의 냄새는 정확히 어디에서 나는 것일까. 은행 씨앗의 가장 바깥쪽에는 물렁한 과육처럼 보이는 외종피, 즉 사코테스타(sarcotesta)가 있다. 우리가 밟았을 때 터지는 바로 그 부분이다. 여기에는 여러 냄새 물질이 들어 있다.

2014년 한국식품연구원 박선현·송경모·김효진 등 연구진이 ‘식품과학 및 생명공학’에 발표한 연구는 은행 외종피에 들어 있는 부티르산(butyric acid)이 불쾌한 냄새를 일으키는 주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은행 외종피를 된장으로 발효하는 방법을 실험해 부티르산 함량을 줄이는 연구까지 진행했다.

부티르산은 이름만 들으면 낯설지만 냄새는 익숙하다. 상한 버터나 치즈, 구토물과 비슷한 자극적인 냄새를 낸다. 여기에 헥사노산(hexanoic acid·카프로산) 등 다른 지방산이 더해지면서 우리가 ‘은행 냄새’라고 인식하는 특유의 악취가 만들어진다.

은행나무가 이런 냄새를 내는 것에는 식물의 방어와 관련된 성분도 있다. 외종피에 빌로볼과 은행산 등 페놀성 화합물도 들어 있다. 이들 물질은 은행나무의 생물학적 방어와 관련된 성분으로 알려져 있으며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 반면 우리가 흔히 ‘은행 냄새’라고 느끼는 지독한 악취에는 부티르산 등 휘발성 지방산이 주요하게 관여한다. 이 성분들은 피부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열매를 맨손으로 만지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은행나무가 그냥 서 있을 때보다 사람이 밟았을 때 냄새가 훨씬 심해지는 이유도 있다. 단단한 씨앗을 감싸고 있던 외종피가 신발 밑창에 눌려 으깨지면서 냄새 성분이 주변으로 퍼지기 때문이다. 바닥에 떨어진 뒤 시간이 지나 과육이 손상되고 분해되는 과정에서도 냄새가 강해질 수 있다. 결국 ‘은행나무 아래를 걷는 것’ 자체보다 ‘떨어진 암나무의 씨앗을 밟는 것’이 악취를 크게 키우는 셈이다. 서울시가 낙과 전에 열매를 미리 따거나 나무 아래에 그물망을 설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는 실제로 가을철마다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운영한다. 2024년에는 고소작업차와 굴삭기에 부착한 진동수확기, 그물망 등을 활용해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수거했다. 시민이 불편을 신고하면 은행 열매를 신속하게 수거하는 서비스도 운영했다.

시민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열매를 ‘밟지 않는 것’이다. 은행나무 아래에서는 바닥을 살피며 걷고, 밟았다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신발 밑창에 붙은 과육을 먼저 최대한 떼어내는 것이 좋다. 맨손으로 문지르기보다는 장갑이나 휴지를 이용해 제거한 뒤 중성세제와 물로 밑창을 꼼꼼하게 닦고 충분히 말리는 편이 낫다. 냄새를 향수나 방향제로 덮기보다는 냄새의 원인이 되는 과육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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