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원에게 의자 주면 안 됩니까?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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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환경의학과 의사인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교수가 30년간 추적해온 여성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젠더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남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산업안전보건의 기준에 도전한다.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보다 덜 위험하고, 여성의 노동은 노동이 아니라 여성의 고유한 역할로 여기는 기존의 인식을 부숴야만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이 보장된다고 저자는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계산원 등의 작업, 욕설과 불평을 들어야 하는 상담원 등의 감정 노동, 밤에 잠을 못 자고 야간 노동을 해야 하는 간호사 등의 노동 지속가능성, 노동의 범위가 정해지지 않는 요양사 등의 돌봄 노동, 그리고 노동으로 망가진 여성 노동자의 건강이 다음 세대로까지 넘어가는 태아 산재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면서 다룬다.
감정 노동의 개념을 국내에 소개하고, 급식 노동 현장의 폐암 산재를 다루고, 작업장에서 숨진 청소 노동자의 작업환경 개선을 주도하고, 반도체 산업체에서 생식독성을 연구해 태아 산재보험 도입에 관여한 저자의 이력은 단순한 연구 활동의 결과만은 아니었다. 그가 여성 수련의 시절부터 겪기 시작한 작업장에서의 차별과 곤란, 그래서 첫 임신 때 태어날 딸을 위해 여성의 노동과 가정의 균형을 위해 기여하겠다는 개인적인 다짐과 결단이 바탕이 됐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여성 노동자의 노동과 그 해결책에 대한 시선은 그만큼 따뜻하고 설득력이 있다. 종일 서서 일하는 계산원에게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의자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하는 현실을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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