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입김 여전히 막강한 대기업 이사회…500곳 중 ‘CEO추천위’는 12곳뿐
국내 대기업들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 시기가 다가왔지만 최고경영자(CEO) 선임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500대 기업 이사회 가운데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둔 곳은 3%대에 불과했다. 2년 전보다 설치 기업이 오히려 줄었다. 총수(오너)가 있는 50대 그룹 계열사 중에는 단 한 곳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연속 비교 가능한 389개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을 전수분석한 결과, CEO후보추천위원회를 별도로 설치·운영하는 기업은 12곳(3.1%)에 그쳤다. 2024년 14곳에서 2년 새 2곳 감소했다. 50대 그룹 중에서는 포스코홀딩스가 유일했다.
기업 이사회 산하 CEO후보추천위는 경영 승계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CEO 후보를 심사·선정·추천하는 기구다. 외부 외압이나 총수 일가의 사적 개입을 차단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주로 독립이사(사외이사)로 구성된다. 그러나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여전히 이를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위원회를 운영 중인 12곳의 구성을 들여다보면 실태는 더 열악하다. 비금융 제조·일반 기업은 포스코홀딩스와 풀무원, 한샘 등 3곳뿐이었다. 나머지 9곳은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와 은행·보험·증권사였다. 이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된 데 따른 결과로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일반 대기업은 사실상 전무한 셈이다.
지배구조 투명 장치가 오히려 후퇴한 사례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 CEO후보추천위를 운영했으나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이후 지난해 이 위원회를 전격 폐지했다. KT는 별도 위원회 없이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대표이사 후보군 심사를 병행하고 있다.
반면 법적 의무 사항이거나 대외 평가 지표로 직결되는 위원회는 꾸준히 늘어 대조를 이뤘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이사회 내 전문위원회 수는 평균 3.7개로 2024년(3.4개)과 2025년(3.6개)에 이어 소폭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문위원회가 전무한 기업도 2024년 57곳에서 올해 51곳으로 줄었다.
가장 설치율이 높은 기구는 감사위원회로 전체의 79.4%(309곳)에 달했다.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된 영향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도 많았다. 전체의 59.4%인 231개 기업이 운영 중이다. 이어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 218곳(56.0%), 보상위원회 207곳(53.2%), 내부거래위원회 26%, 위험관리위원회 19%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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