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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18, 2026

‘꼬마빌딩’도 아차하면 역마진…요즘 건축주 新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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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택 건국대 건축주대학 교수
“건물부터 짓지 말고 임차인 먼저 정해야”
실전형 건축주 위한 건국대 ‘건축주대학’

권기택 건국대 교수

권기택 건국대 교수

100억원짜리 건물에서 공실 없이 월 250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언뜻 적지 않은 수익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물을 살 때 70억원을 대출받았고 금리가 연 5%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간 이자만 3억5000만원, 한 달로 따지면 2916만원이다. 임대료를 꼬박 받아도 매달 416만원이 모자란다. 재산세 등 보유 비용은 아직 계산하지도 않았다.

권기택 건국대 건축주대학 교수는 요즘 중소형 빌딩 시장을 설명하는 단어로 ‘역마진’을 꼽았다. 그는 “실투자금으로 30억~50억원을 넣고도 매달 2000만~3000만원씩 손실을 보는 건축주도 적지 않다”며 “과거처럼 대출을 활용해 건물을 사거나 짓기만 하면 수익이 커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빌딩 투자의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는 아니다. 성공 방정식이 달라졌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건물을 먼저 지어 놓고 임차인을 구하는 게 아니라 어떤 임차인을 받을지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건물을 기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건국대에서 ‘건축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예비 건축주와 기존 건물주에게 상권 분석부터 금융·설계·시공, 임대차와 자산관리까지 가르치는 과정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본사 실무자들이 직접 어떤 건물을 고르는지 설명하는 ‘테넌트·리테일(Tenant & Retail)’ 과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요즘 건축주들의 가장 큰 고민은

“한마디로 역마진이다. 과거에는 건물 임대수익률이 연 3.5% 이상인데 대출금리가 2.5% 안팎이었다. 대출을 많이 활용할수록 자기자본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었다.

지금은 반대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00억원짜리 건물을 사면서 7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해보자.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500만원을 받으면 단순 임대수익률은 약 3.2%다. 그런데 대출금리가 5%면 이자가 월 2916만원이다. 만실이어도 416만원이 적자다.

여기에 공실이 생기거나 임차인이 월세를 연체하면 손실은 더 커진다. 재산세 같은 보유 비용도 별도다. 200억~300억원짜리 건물에서 100억원 정도 자기자본을 투입하고도 매달 1000만원 넘게 손실을 보는 사례도 있다.”

-금리의 문제인가

“임대시장 자체도 변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본다. 과거에는 좋은 자리에 건물을 지으면 임차인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았고 한번 들어온 임차인이 오래 영업했다.

특히 1층 상가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 코로나19 이전 중소형 빌딩은 1층 임대료를 100이라고 하면 2층이 30~40, 3층은 30 이하인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2층이 1층의 50% 이상, 3층 이상도 40% 수준인 곳이 있다. 위층 임대료가 크게 오른 게 아니다. 1층 임대료가 낮아진 것이다.

온라인 소비가 늘고 상권별 차이도 커졌다. 아파트 시장만 양극화하는 게 아니다. 상업용 부동산은 오히려 입지와 상권에 따른 차이가 더 크다.”

-공실이 생기면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낮추거나 리모델링부터 고민하지 않나.

“그게 가장 흔한 오해다. ‘임대료를 낮추면 들어오겠지’, ‘건물을 예쁘게 고치면 임차인이 오겠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실이 왜 발생했는지부터 봐야 한다.

준주거지역이나 2·3종 일반주거지역에 꼬마빌딩을 지으면 수익이 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신축이나 리모델링에 들어갔다가 공실로 고생하는 사례가 있다. 상권이 받쳐주지 않는데 건물만 바꾼 것이다.

요즘 ‘부동산 자산 밸류업’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상권과 임차 수요를 따져보지 않고 공사부터 하면 밸류업이 아니라 ‘자산 체인지’가 될 수 있다. 그것도 마이너스 체인지다.”

-그러면 건물의 가치는 무엇이 결정하나.

“결국 ‘누가 들어와 얼마의 임대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급하느냐’다. 수익형 부동산의 가격은 임대수익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건축주들에게 건물을 먼저 짓고 임차인을 찾지 말라고 한다. 임차인을 먼저 생각하면서 건물을 기획해야 한다. 상권을 분석했는데 어떤 임차인이 들어올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개발을 잠시 멈추는 편이 낫다.

부동산은 한번 개발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비용도 크다. 잘못 지은 건물은 설계도만 다시 그리는 것처럼 쉽게 고칠 수 없다.”

-과거 개발 방식과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예전에는 ‘기획→개발→시공→준공→임대차→관리→매각’ 순서였다. 이제는 앞에 ‘임대차 기획’이 와야 한다. 어떤 업종과 브랜드가 들어올 수 있는지를 먼저 보고, 그 임차인에 맞춰 개발계획을 짜는 것이다.

메디컬 빌딩이 대표적이다. 병·의원은 한 층 전용면적 50~70평 정도를 통으로 쓰길 원하는 경우가 많다. 독립된 동선도 중요하다. 피부과가 들어온다면 피부관리 시설과 함께 구성할 수 있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요즘 소비 트렌드가 뷰티·헬스 쪽으로 움직인다면 건물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공실을 빨리 채우는 게 급선무 아닌가

“공실보다 더 위험한 것이 리스크가 큰 임차인일 수 있다. 건축주가 이자 부담을 견디기 어렵다고 임대료를 크게 낮추거나 건물과 맞지 않는 임차인을 급하게 받으면 다른 층 임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첫 임차인이 중요하다. 좋은 브랜드나 안정적인 병·의원이 들어오면 그 자체가 다른 임차인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개발 전에 입점의향서(LOI)나 입점확약서(LOC) 등을 확보하고 사업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실제 그런 방식으로 공실을 줄인 사례는

“주상복합 건물을 지은 한 건축주는 저층 상가 임대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함께 임대차 구성을 짰다. 1층에는 올리브영 약 150평과 노브랜드버거, 커피점, 약국 등을 넣고 3층은 병·의원, 2층은 헤어숍 중심으로 구성했다. 주요 임차인이 정해지자 나머지 상가에도 자연스럽게 임차인이 들어왔다.

구로의 한 상가 건물은 지상부를 메디컬 빌딩으로 기획했다. 병원이 한 층을 통으로 쓰도록 해 4개 층에 병·의원을 유치했다. 지하층은 선큰 공간을 활용해 대형 카페와 약국이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종로의 한 건물은 현재 세 가지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전체 상가 리모델링, 저층 상가와 고층 프리미엄 호스텔의 복합 개발, 호텔 또는 LH 매입임대주택 사업이다. 미리 하나를 정해 공사부터 하지 않고 임대와 운영 조건을 비교한 뒤 가장 수익성이 높은 방식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건축주대학에서도 임대차를 강조하는 이유인가

“건축은 설계와 시공만 알아서는 안 된다. 땅에서 건물로, 다시 건물에서 임대수익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알아야 한다.

건축주대학은 수업을 세 부분으로 나눈다. 1교시에는 시장 분석과 개발기획, 금융·신탁, 설계·인허가, 신축·시공, 리모델링, 임대차와 자산관리, 세무·법률 등을 현업 전문가들에게 배운다.

2교시는 ‘Tenant & Retail’ 과정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의 현직 실무자가 직접 강의한다. 브랜드가 어떤 상권과 건물을 고르는지, 건축주가 입점을 받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이다.

3교시는 네트워크다. 건축주와 예비 건축주뿐 아니라 개발·금융·설계·시공·임대·자산관리 전문가, 프랜차이즈 실무자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주말에는 현장도 직접 본다.”

-요즘 건축주에게 가장 강조하는 조언은

“건물을 짓기 전에 상권부터 정확하게 보라는 것이다. 지금 중소형 빌딩 시장은 양극화와 디커플링이 심하다. 같은 지역이라도 한 블록 차이, 건물의 동선과 면적에 따라 임차 수요가 전혀 다르다.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면 건물이 예뻐지니 임차인이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은 위험하다. 공사비까지 추가로 투입하면 자금만 더 오래 묶일 수 있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게 최선인 경우도 있다.

요즘은 ‘명의보다 상권’이라는 말도 한다. 좋은 건물을 만드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자리에 누가 들어올지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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