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아픔 생생한데…“미 중간선거 ‘블루 쓰나미’ 꼭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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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대승을 ‘블루 쓰나미’라고 부르는 게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다.”
소설 ‘일식’으로 일본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유명 소설가 히라노 게이이치로는 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쓰나미(지진 해일)에 좋은 인상이 하나도 없다”며 “그렇게 많은 영상이 전 세계에 퍼졌는데도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참상은 전해지지 않았던 것일까”라며 날을 세웠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2만 명 넘는 사람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참혹한 일이 있었는데, 미국 중간선거 승리에 환호하는 모습을 빗대는 비유로 쓰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상징색을 빗댄 ‘블루 웨이브’, ‘블루 쓰나미’라는 표현을 자주 쓰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뉴욕포스트가 1면 사진으로 파란 물결의 ‘쓰나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휩쓸려 가는 듯한 이미지를 실어 논란을 빚었다. 이 신문은 ‘블루 쓰나미’(BLUE TSUNAMI)라는 큰 제목과 함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며 트럼프가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해당 이미지에는 일본 유명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앞바다의 큰 파도 아래’가 변형돼 활용됐다. 이 그림은 가쓰시카가 1831년 쓰나미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파도를 목판화로 만든 것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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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각) “미국 중간선거 뒤 전 세계 정치인과 평론가들이 ‘블루 쓰나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오랜 자연재해의 역사를 가진 일본에서는 ‘쓰나미’라는 단어와 이미지가 파괴와 절망을 떠올리게 하는 복잡한 의미를 지닌다”고 짚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일본 도쿄의 가쓰시카 호쿠사이 전문 미술관인 ‘스미다 호쿠사이 미술관’ 쪽은 뉴욕포스트 1면 사진과 관련해 “이 작품이 애초 의도한 감상 방식이 아니다”라며 “가쓰시카는 강력하고 역동적인 파도를 그렸는데, 이런 방식의 패러디로 변질되는 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술관 쪽은 “가쓰시카의 예술 작품이 다른 사람을 폄훼하는 풍자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연재해를 가리키는 표현이 정치적 승리나 사회 변화의 비유로 쓰이는 일은 과거에도 자주 있었다. 미국에서 2010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쓰나미’라고 하거나, 2011년 파키스탄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이끌던 임란 칸이 당시 운동을 ‘정치적 쓰나미’라고 부른 게 대표적이다. 파키스탄에서는 군부가 정권을 차지했을 때 현지어로 지진을 뜻하는 ‘부온찰’이란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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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쓰나미나 지진 등으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겪었던 이들의 아픔을 고려해 이런 표현을 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일본 언론사들은 ‘쓰나미’라는 용어를 번역할 때 신중한 태도로 대개 ‘파도’(wave)라는 표현을 선호해 왔다”며 “일부 논평가들은 2011년 일본 동북부 해안을 초토화시킨 지진과 쓰나미 이후에도 이 단어가 무감각하게 쓰이고 있는 것에 우려를 드러내 왔다”고 지적했다. 때마침 지난 5일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쓰나미 인식의 날’이었다.
피해를 겪은 이들에 대한 폄훼가 아닌 풍자의 영역일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스미다 호쿠사이 미술관을 찾은 한 일본인은 뉴욕포스트 1면에 대해 “어떤 사람들에게는 조금 거슬릴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면서도 “이런 접근 방식은 꽤 흥미로운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또 다른 일본인 관람객도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미국에서 이렇게 활용되는 게 조금 놀랍기도 하다”며 “꽤 세련된 풍자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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