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의무공개매수제의 균형 있는 해법
이재명 대통령은 얼마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무공개매수제의 균형 있는 해법을 언급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인수·합병(M&A) 시장의 동력을 잃지 않게 할 균형점을 찾자는 것이다.
의무공개매수제는 상장사 지배지분을 인수할 때 소액주주들에게도 동등한 매도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30% 이상의 지분을 취득할 때 잔여지분 100%를 공개매수하게 하고 일본의 경우에도 30%를 취득할 때 나머지 지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개매수하되 3분의 2를 매수할 때에는 100%를 공개매수하도록 한다. 미국에서도 지배지분을 사고팔 때 잔여지분 전부를 공개매수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평등론과 효율론 두 이론에 입각한다. 평등론은 지배권 프리미엄이 회사의 자산에서 나오는 것이므로 그것이 현실화될 때 소액주주에게 공유돼야 한다는 논리다. 효율론은 지배권 이전 시 대주주 지분만 인수할 수 있도록 하면 전체 기업가치에 대한 대가는 적게 지불하면서 대주주에게만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비효율적인 M&A가 조장될 수 있으므로 의무공개매수제를 통해 좋은 M&A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의무공개매수제가 필요한 이유는 지배주주가 회사의 자산이나 사업 기회를 자신에게 빼돌리는 소위 터널링(tunneling)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각할수록 지배권 프리미엄이 크고, 소액주주들이 겪는 불평등도 커진다.
효율론 관점에서도 우리나라에 의무공개매수제는 꼭 필요하다. 나쁜 M&A의 전형은 높은 지배권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사의 기회와 자산을 빼내 프리미엄을 회수하는 거래다. 극단적으로는 회사를 쪼개 팔고 자산을 처분해 이익을 가져가는 기업사냥인데 이런 나쁜 M&A가 허용되면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좋은 M&A는 위축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창업자들이 고가의 프리미엄을 받으며 자신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는 사례들을 보면 좋은 M&A라기보다는 나쁜 M&A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인수자가 고가의 프리미엄을 기존 대주주에게 지급할 수 있는 이유는 사적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고 그 비용은 소액주주들이 부담하게 된다.
대통령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과 관련한 두 가지 딜레마를 짚었다. 하나는 대주주 지분을 포함해 50%+1주를 사게 하되 소액주주 지분까지 공평하게 매수하도록 할 경우 대주주가 자기 지분 전체를 팔지 못하니 M&A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00% 전량 매수를 강제할 경우 인수자 측의 자금 부담이 지나치게 커져 거래가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말대로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실질적으로 조화시킬 균형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정무위가 의결한 법안은 소수주주들에게 충분한 동반매도 기회를 제공하지도 못하고 좋은 M&A를 활성화하지도 못하기에 매우 실망스러운 법안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인수자가 먼저 지배주주 지분을 매수해서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수 있고, 그 뒤 50%+1주에서 선행매수한 지분을 뺀 수량만 공개매수하면 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들의 지배지분율이 평균 약 40%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자는 일반주주에게서 10%만 공개매수하면 되니 대주주에게만 고가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나쁜 M&A를 실행할 유인이 커진다. 대통령이 지적한 두 가지 딜레마를 피하려다 제도의 본래 취지를 놓친 것이다.
어떤 것이 균형 있는 해법일까? 이와 관련해 김순석 전남대 로스쿨 교수의 2023년 논문에 담긴 대안이 눈에 띈다. 정무위 안처럼 선행매수는 허용하되 선행매수한 지분을 제외한 잔여지분의 50%를 공개매수하도록 하자는 안이다.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선행매수할 수 있기에 대통령이 우려한 대주주의 미매각분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인수자는 나머지 지분의 50%만 공개매수하면 되므로 인수 부담도 크게 늘지 않는다. 소액주주도 자기 보유주식의 절반 정도는 지배주주와 같은 가격에 팔 수 있게 된다.
소액주주 보호와 M&A 활성화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소액주주에게 프리미엄을 나누게 하는 것은 나쁜 M&A를 걸러내고 회사 가치를 높이는 좋은 M&A로 유도한다. 의무공개매수제가 현재 안대로 통과되면 국장 투자자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국회에서의 재논의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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