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대통령이 진짜 ‘샤라웃’한 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6회 국무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관해 거침 없는 발언을 연일 내놨습니다. 이주노동자는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문화가정 공공 산후조리원 우대가 필요한지 검토하겠다는 메시지인데요. 그야말로 ‘불판’이 열렸습니다. 이 대통령이 쏘아올린 이 논쟁, 지금 이 모습대로 흘러가도 괜찮은 걸까요?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점(사실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시작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일을)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번 돈을 “전부 다 송금해 버리고 그러니까” 우리 경제에는 별로 큰 이익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농어촌에 내국인 노동자 일손이 더 많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라는 취지의 발언이었어요.
민주 진영 대통령이 이주노동자를 배제하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다분한 말이었습니다. 당연히 논란도 확산했고요. 그러자 이재명 대통령은 발언의 의도를 설명하며 방어에 나섰습니다. 한 언론사를 상대로는 정정 및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어요. ‘도움이 안 된다’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 다르다는 겁니다.
몇 시간 뒤에는 한 커뮤니티 게시글을 X에 공유하며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로 알려진 펨코(에펨코리아) 게시글인데, 다문화가정이 공공산후조리원 이용 시 우대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내용으로 작성된 글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글을 공유하며 다문화가정 각종 우대가 꼭 필요한지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X 갈무리
선(맥락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충격과 비판이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는 발언의 의도와 맥락을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해요.
이주노동자의 국가 경제 도움을 언급한 것은,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도움이 덜하다는 뜻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주장이에요. 다문화가정 우대와 관련해서는 과한 부분이 있다면 걷어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별과 혐오를 유발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했어요.
이재명 대통령의 설명은 오히려 논쟁을 키웠습니다. 먼저 이주노동자의 ‘본국 송금’ 부분이에요.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이민자 체류실태와 고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외국인의 총소득 대비 송금액은 25.5%였어요. 이 대통령 말처럼 “전부 다” 송금하지는 않는 것이죠.
이주노동자의 소비활동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민정책연구원은 올해 이주노동자가 유발하는 경제효과를 162조원으로 전망했어요. 이 대통령이 언급한 농어촌 지역은 대부분 인구 감소 지역입니다. 비어 있었을 지역을 이주노동자 인구가 채우고, 지역에 정착해 소비 활동까지 한다면 과연 내국인보다 국가 경제에 도움이 덜 된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농업·어업·축산업·임업과 중소 제조업·건설업 등은 이미 이주노동자 없이는 작동하지 않을 만큼 우리 사회는 이들의 일손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식량주권, 농촌 소멸 위기를 고려하면 내국인들이 이 일자리에 종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어요. 그런데 대통령의 생각처럼 국가 재정으로 소득을 보조한다고 내국인의 일자리 선호도가 올라갈지는 의문입니다. 식량 생산 인건비가 올라가 생활물가가 상승한다면 경제적으로 이득일까요? 내국인이 꺼리는 노동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외주를 주면서 상생하고 상호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 좀 더 현실에 부합한 진단으로 보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 단지인 강원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8일 농민과 이주노동자들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면(관점들): 대통령의 우선순위와 ‘샤라웃’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모두 한국 땅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에 비해 처지가 조금씩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농어촌 총각 장가보내기 조례’ 같은 근거를 만들어서 사실상의 매매혼을 장려하던 때와 비교하면요. 다문화가정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저소득층이었지만 가장 최근 조사(2024년)를 보면 평균적으로 중위소득 수준까지는 소득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전만큼 우대가 필요하지 않아졌을 수 있습니다. 그 경우 정책적으로 조정해야겠죠. 국가 자원 분배의 기준은 계속해서 변하고, 그걸 맞춰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니까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잘못된 신호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관심사와 언어는 극히 한정된 자원이에요. 우선순위를 면밀히 고려해서 배분돼야 합니다.
국가 수반이 ‘외국인 노동자가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다문화가정 우대가 계속 필요한지 재검토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면, 이주노동자로 인해 우리 경제가 잠정적 손해를 보고 있거나 다문화가정 우대가 공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향한 하대 같은 차별적 시선과 대우, 열악한 처우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입니다. 그들이 ‘원래 한국인’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만으로도 충분한 혐오의 근거가 되고요. ‘추방하라’ ‘너희 나라로 꺼져라’ 같은 날선 말들의 기저에는 이런 인식과 정서가 있습니다. 어쩌면 폭력적인 이주노동자 단속에도요.
고 뚜안씨의 유족이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주최로 2025년 11월 30일 열린 ‘더 이상 죽이지 말라 강제단속 중단하라’ 오체투지에서 정부서울청사로 향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발신한 메시지는 이런 현실을 지웁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향한 차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릇된 인증일 수도 있고요. 이 대통령이 공유한 글 본문 내용들을 볼까요. ‘쟤네들 한국말은 하냐?’ ‘오리지널 한국인이 무시받는 세상’ ‘저거 거의 다 중국인들이 타 가던데’ ‘배려해 줬더니 권리인 줄 아는 사람한테 굳이 이렇게 해야 하나?’… 이런 견해들이 존재할 법하다는 인증마크를 대통령이 찍어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댓글창엔 이재명 대통령의 ‘진짜 의도’에는 별 관심 없는 반응이 주를 이뤄요. ‘대재명’ ‘이재명 대통령이 펨코를 샤라웃했다’ ‘작성자 완전 떴네’ 같은, 의외의 광경을 즐기고 구경하는 분위기입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진짜 ‘샤라웃’한 건 특정 커뮤니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의제를 더 신중하고 사려 깊게 꺼냈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더 이상 도움이 필요 없거나 분배를 왜곡하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게, 메시지를 다듬었어야 해요. ‘내 본뜻은 그게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것은 대통령의 지위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본뜻이 오도되지 않게 말을 정돈하고 적시에 발산하는 것, 그렇게 해서 사회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정책 효과는 극대화하는 것이 정치가의 최고 덕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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