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두드리고 이야기하고…발레 맞아? 고정관념 깬 ‘죽음과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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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공공 컨템포러리 발레단을 지향해온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2주년을 맞아 지난 14~1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 ‘죽음과 소녀’는 우리에게 익숙한 발레의 개념을 뒤흔들었다.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제14번 디(d)단조 ‘죽음의 소녀’를 바탕으로 한 알렉산더 에크만의 ‘선인장’과 크리스티안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을 더블 빌로 올렸는데, 모두 정통 발레와는 차별화됐다. 일단 현악 4중주단이 무대보다 낮은 오케스트라 피트가 아닌 무대 위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연주를 펼쳤다. 무용수와 연주자가 주고받는 몸짓과 현악기가 자아내는 선율이 리드미컬하게 상호작용하는 현장을 한 프레임에 담아내 생동감을 더했고, 발레 못지않게 연주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알렉산더 에크만의 ‘선인장’은 파격에 가까웠다. 몸과 기물을 이용해 리듬을 만들고, 대사와 내레이션까지 등장했다. 16명의 무용수가 상체를 노출한 듯한 요가복 차림으로 상아색 좌대 위에서 깊고 가쁜 숨소리를 그대로 노출하더니 손으로 얼굴, 가슴을 쳐 연주하는 보디 퍼커션을 선보인다. 좌대에 눕고 뒹굴고 때론 고난도 발레 동작을 선보이던 무용수들은 급기야 자신이 올라선 좌대를 두드리며 ‘난타’ 공연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수영모를 쓴 듯한 무용수 머리에선 연무가 흘러나와 웃음을 자아내고, 수중발레를 연상시키는 동작도 반복했다.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연습하면서 작품을 구성하는 장면에선 오랫동안 대화가 오간다. 한편의 음악극을 보는 듯한 착각이 일즈음 관객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포스트 모던하고 친선인장적 퍼포먼스” “무엇을 보았나요?” “상아색 좌대” “자유와 구속” “선인장” “무엇을 보았나요?”

2010년 네덜란드에서 초연한 ‘선인장’은 현대 예술의 허세와 권위적인 비평 문화를 유쾌하고 날카롭게 풍자하며,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는 작품이다. 에크만은 안무가 노트에서 “우리가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 예술을 분석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느끼는 강박에 대한 이야기”라며 “현대 예술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은데 정답은 없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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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긴장을 다룬 크리스티안 슈푹의 ‘일곱 번째 파랑’은 슈베르트가 작곡한 ‘죽음의 소녀’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현악 4중주단이 무대 곳곳에서 펼치는 연주가 무용수의 몸짓과 감정 표현의 중심축으로 작동한다. 연주의 흐름과 속도, 강약에 따라 죽음과 삶을 상징하는 푸른 옷차림의 남녀 무용수가 가까워지고 멀어지고, 달음질쳐 도망치고 다시 만나면서 빚어내는 다양한 동작을 통해 발레의 아름다운 색채를 완성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한다. 슈푹은 “이 작품 중심에는 슈베르트에게 영감을 준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짧은 시 ‘죽음과 소녀’가 자리하고 있다”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소녀와 조용하면서도 연민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을 건네는 죽음이 마주하는 순간을 문자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울림이 자연스럽게 피어날 수 있는 세계, 다정함과 상실, 두려움과 수용, 아름다움과 덧없음이 서로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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