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AI 성평등, 지역에서부터
지난 11월4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서 ‘성평등한 AI 기반 행정·서비스 전환, 제주 기본사회를 완성하다!’를 주제로 제12회 제주 성인지정책 발전 포럼이 열렸다. 나는 이 자리에서 AI 기반 행정·서비스 전환에 성별영향평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발표했다.
현행 성별영향평가 지침은 AI 기술을 활용한 사회혁신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의 평가 대상 선정 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성별영향평가는 성별에 따라 정책 수요와 수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예산과 사업 방식이 그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살펴 개선으로 이어가는 제도다. 같은 성별 안에서도 연령과 장애, 가족 형태와 돌봄 여건이 맞물리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겪는 어려움이 달라질 수 있다. AI로 복지 지원 대상을 찾아내는 사업이라면, 어떤 생활 여건이 데이터에 잘 드러나지 않는지, 그 때문에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빠지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제주가 2025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과제에 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한 광역자치단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개선계획을 수립한 215개 과제 중 184개에 대해 개선을 완료해 이행률 85.6%로 전국 평균 64.1%를 훌쩍 넘어서는 성과도 냈다.
포럼 토론에서는 제주도 성인지정책 담당자와 AI 데이터 담당자, 성별영향평가 컨설턴트가 한자리에 모였다. AI혁신추진단과 성평등여성정책관이 공동으로 ‘AI 사업 성인지 사전검토 실무회의’를 운영하자는 나의 제안에 더해 행정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에서부터 협력하겠다는 뜻이 모였다. 사업을 설계할 때부터 어떤 도민이 서비스에서 배제될 수 있는지 함께 살피고, 성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정식 평가로 연결하자는 취지였다.
지난 10월13일 ‘테크플러스 제주 2026’에서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제주 인공지능(AI) 대전환의 성패는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도민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느냐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누구의 삶이 달라졌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기획 단계에서 누구의 경험이 데이터에 충분히 담겼는지, AI의 판단 기준이 누구의 필요를 놓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서비스를 도입한 뒤에는 누구에게 오류가 더 자주 발생하는지, 실제로 누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혜택을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 결과를 다음 사업에 반영하는 일까지가 성별영향평가의 몫이다.
AI 시대의 성평등을 고민할 때 주목해야 할 곳은 제주만이 아니다. 제주 포럼에도 참여한 송리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11월7일 한국여성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성별영향평가와 AI 윤리영향평가의 한계를 짚고, AI 정책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한 10개 영역, 47개 세부지표를 제시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앞서 9월3일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젠더 관점에서 본 경기도 인공지능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4월 성평등인공지능정책과를 신설했지만 9월에야 과장을 임명해 논란이 있었다. ‘인공지능 기본법’에는 없는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제주의 AI 조례에는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지역이 먼저 그린 성평등한 AI 전환의 밑그림을 이제라도 정부가 국가정책으로 이어가야 한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