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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4, 2026

장례식서 함께 박수를…영정사진 대신 96살 어르신의 환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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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 카페 이티엘티에서 열린 1929년생 신영주씨의 ‘생전 장례식’에서 신영주씨가 웃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 카페 이티엘티에서 열린 1929년생 신영주씨의 ‘생전 장례식’에서 신영주씨가 웃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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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이지만 영정사진 대신 96살 주인공이 직접 등장했다. 조문객들은 고개를 숙이는 대신 박수를 쳤다. 애도보다 살아온 삶을 함께 축하하는 데 힘을 쏟는 특별한 장례식이다.

3일 오후 경기 고양시의 한 카페에서 신영주(96)씨의 생전 장례식 ‘안녕 파티’가 열렸다. 막내아들 김수동(64)씨 부축을 받으며 신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가족과 이웃 60여명이 환호했다. 이날 생전 장례식을 기획한 아들 김씨는 “어머니가 ‘이러다 100살까지 살면 어떡하냐’는 말을 하는데, 이별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다”며 “돌아가신 뒤 급하게 장례식을 치르는 것보다 살아 계실 때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했던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처음에는) 말주변도 없고, 안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했지만, 즐겨 보는 드라마 ‘기쁜 우리 좋은 날’에서 생전 장례식 장면을 접한 뒤 행사 취지에 공감하고 반기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마련된 파티 같은 생전 장례식에는 ‘안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쓰는 그 단어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삶을 돌아본다’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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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 카페 이티엘티에서 열린 1929년생 신영주씨의 ‘생전 장례식’에서 신영주씨(오른쪽)와 아들 김수동씨가 ‘영주씨와 수다 한 판’ 대화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 카페 이티엘티에서 열린 1929년생 신영주씨의 ‘생전 장례식’에서 신영주씨(오른쪽)와 아들 김수동씨가 ‘영주씨와 수다 한 판’ 대화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아름다운 생애 마지막을 준비하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살아 있는 동안 소중한 사람과 감사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생전 장례식도 새로운 장례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당사자가 고인이 된 뒤 남은 사람끼리 추억을 나누는 일반적인 장례는 간소하게 치르는 대신, 생전에 가족·이웃과 이야기를 나누며 남은 삶을 되짚는 행사를 여는 방식이다. 지난해 박정자 배우가 생전 장례식을 연 데 이어, 지난달에는 탈시설 장애인 추경진씨가 ‘떡볶이 먹으러 와’라는 이름으로 생전 장례식을 마련하는 등 유명인뿐 아니라 시민들도 저마다 방식으로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 카페 이티엘티에서 열린 1929년생 신영주씨의 ‘생전 장례식’에 참석자들이 쓴 엽서가 걸려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 카페 이티엘티에서 열린 1929년생 신영주씨의 ‘생전 장례식’에 참석자들이 쓴 엽서가 걸려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신씨의 생전 장례식장에는 젊은 시절 흑백사진부터 가족과 함께한 최근 모습까지 생애를 담은 사진 20여장이 차례로 펼쳐졌다. 사회자로 나선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 삶과 사진 속 사람들에 대해 묻고, 신씨는 오랜 기억을 하나둘 풀어냈다. 신씨는 생애를 함께 지낸 사람들을 되짚으며 “내가 인복이 참 많다”고 했다. 이웃 신명호씨가 “실버카(보행기)를 몰고 냉면을 먹으러 가는” 신씨의 유쾌한 최근 모습을 전하자, 장례식장에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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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개인이나 가족의 몫으로만 남겨두지 않으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아들 김씨와 함께 안녕 파티를 준비한 ‘함께채비’ 활동가들은 지역사회에서 죽음과 애도, 생애 말기 돌봄을 함께 고민해온 이들이다. 김씨도 이런 자리가 가족만의 행사를 넘어 지역사회로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씨는 “웰다잉은 혼자서만 이루기 쉽지 않다. 생전 장례식은 유명인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보통 시민도 소중한 사람을 모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장례문화를 바꾸는 것을 넘어 지역에서 서로의 마지막을 돌보는 운동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생전 장례식에 가족과 친척뿐 아니라 공동체주택 이웃과 지역 활동가들이 모두 초대받았다.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 카페 이티엘티에서 열린 1929년생 신영주씨의 ‘생전 장례식’에 마련된 텔레비전 화면에 예전에 찍었던 가족사진이 나오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
3일 오후 경기 고양시 북한산성 입구 카페 이티엘티에서 열린 1929년생 신영주씨의 ‘생전 장례식’에 마련된 텔레비전 화면에 예전에 찍었던 가족사진이 나오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

행사가 끝날 무렵 가운데 앉은 신씨를 둘러싸고 가족, 이웃, 주민들이 한데 모여 단체 사진을 찍었다. 사회자가 외쳤다. “언제가 제일 좋아?” 모두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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