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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지금, 여기]생명 구할 용기를 꺾는 법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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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던 간호사가 호출벨을 들었다. 자신의 담당 환자도 아니었고 근무도 끝났지만, 보호구를 착용하고 코로나19 격리병실로 들어갔다. 그러나 불행히도 환자는 결국 상태가 악화됐고, 3년 뒤 간호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피의자가 됐다. 그날 병실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교제폭력으로 뇌출혈이 생긴 환자를 살리려던 마취과 전공의도 있었다. 응급수술을 준비하며 필수적인 시술을 하던 중 합병증이 생겼고 위태롭던 환자는 사망했다. 법원은 가해자와 의료진에게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웠다. 환자를 위태롭게 만든 사람과 구하려던 사람이 같은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경기 남부의 중증환자가 몰리는 대학병원 소아응급센터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나왔다. 진료받던 영아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다른 환아들의 진료가 이어지고 있었다. 경찰은 진료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지만, 의료계는 응급진료 현장의 강제수사가 환자 안전을 위협했다며 탄원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수사 방식이 논란이 됐다. 세 사건은 법적 성격이 다르다. 간호사의 형사책임은 확정되지 않았고, 전공의 사건에서는 법원이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압수수색도 적법한 수사 절차일 수 있다. 그러나 세 사건은 같은 질문을 남긴다. 우리의 법과 제도는 환자를 구하려는 사람에게 어떤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가.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따른다. 특히 응급상황에서의 의료는 불완전한 정보와 제한된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의료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위험과 무언가를 시도할 위험 사이에서 결정해야 한다. 최선의 판단과 적절한 처치에도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 물론 선의가 과실을 면제하지는 않는다. 의료진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져야 하고, 환자와 유족의 고통 역시 좌시될 수 없다. 그러나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의료과실이 있었다는 판단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법적 책임이 만들어내는 유인이다. 법은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 환자를 돕기 위해 나섰다가 오랜 수사와 소송을 겪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면 결국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의료진은 위험한 환자를 피하려 하고 고난도 처치를 주저하며, 책임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뒤로 물러서게 될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다음 세대다. 전문가는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어렵고 위험한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성장한다. 어려운 환자를 외면하지 않고 책임을 감당한 선배들의 등을 보며 그런 태도를 배운다. 그런데 환자를 살리려 애쓴 선배들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고 법정에 서는 모습을 보며 자란 후배들은 과연 같은 길을 선택할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보여주는 현실은 분명하다. 여러 원인이 경합할 수 있으나 최후에 드러난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잃는 것은 한 사람의 용기만이 아니다. 법적 위험을 피하는 선택은 개인에게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한다면 사회 전체의 환자 안전은 악화된다. 개별 의료과오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총체적인 맥락에 대한 숙의가 부족하다면, 정작 다음 세대 의료체계의 안전을 훼손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중증응급의료의 특수성을 반영해 과실을 판단하고 중과실이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보호를 명확히 하되, 환자의 피해는 별도 보상기금 등을 운용해 제도적으로 두껍게 구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아직 완성도 높은 입법례는 보이지 않는다. 법이 이미 발생한 불행에 책임을 묻는 데 그친다면 반쪽짜리다. 앞으로 발생할 불행을 줄이는 데도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법의 운용이 오히려 생명을 구하려는 행동을 위축시킨다면, 그 법의 작동 방식은 과연 나와 당신 혹은 그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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