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권리 중심 장애인 공공일자리’ 조례안 재의 요구···“직무 기준 불명확”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제1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선언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강윤중 선임기자
서울시가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정의와 지원 근거를 담은 ‘서울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서울시의회 민주당이 해당 조례안 통과를 약속하면서 4년 9개월간 이어온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조례 통과 이후에도 권리 중심 일자리 부활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1일 “공공일자리의 직무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특정 사업의 확대와 지원을 의무화하는 등 법적·행정적 쟁점이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를 정의하고 관련 일자리 개발·보급 및 확대를 추진계획에 포함하도록 했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중증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연계 지원도 규정하고 있다. 지난 8월10일 발의돼 9월1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서울시는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일자리인 만큼 어떤 활동을 직무로 인정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정안은 인식개선·문화예술·권익옹호 활동 등을 직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권익옹호 활동’의 구체적인 범위와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캠페인 참여와 집회 참석 등 특정 활동을 공공일자리 직무로 인정하고 평가할지가 불분명하면,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집회까지 공공예산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운영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을 폐지할 당시에도 직무활동 편중을 문제삼았다.
서울시는 중증장애인 지원을 의무화한 조항을 두고도 지원 대상 활동의 명확성과 상위법령과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일자리 사업 확대와 지원 방식을 조례로 의무화한 점도 재의요구 사유로 들었다. 시는 “특정 사업의 확대 계획을 의무화하면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재량이 과도하게 제한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28일 지하철에서 포체투지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정안에 담긴 직무가 상위법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의 고용촉진·직업재활 취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봤다. 시는 “협약 홍보와 권익옹호 활동 등이 참여자의 직업 경험과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직무 내용과 운영 기준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대신 사무보조·매장관리·키오스크 안내 직무 등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 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장연은 특화일자리가 권리 중심 일자리의 우선 고용 대상인 최중증·탈시설 장애인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현재 민주당은 서울시의회 전체 의석 118석 중 3분의 2 이상인 80석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가 재의를 요구해도 민주당 단독으로 조례안을 재의결할 수 있는 의석수다.
전장연은 지난달 28일부터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복원을 요구하며 지하철 열차 안 ‘포체투지’에 나섰다. 오체투지를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 기어가는 방식으로 하는 행동을 뜻한다. 전장연은 50일간 포체투지를 진행할 계획이다.
첫날 포체투지를 진행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시장 중심의 경쟁 속에서 중증장애인들은 살아남지 못했다”며 “중증장애인들도 노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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