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인태연 소진공 이사장 “소상공인 총생산지표, 소상공인 존재가치에 대한 인식 바꿀 것”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골목시장의 존재 가치를 사람들이 알기만 해도 소상공인이 처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이사장은 스스로가 소상공인 출신이다. 인천 부평에서 옷장사를 하다 소상공인 운동을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을 지냈다. 올해 1월 이재명 정부 첫 소진공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소상공인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우리 경제와 지역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자산으로, 그 가치는 경제적 가치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생각은 인 이사장의 평소 지론이다. 지역공동체 유지, 생활 서비스 제공, 사회적 관계 형성과 같은 ‘사회적 가치’, 지역의 역사·문화가 축적된 공간을 보존하는 ‘문화적 가치’ 등을 함께 평가해야 소상공인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소상공인 기업은 약 810만개이고, 종사자는 약 1100만명이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드림스퀘어에서 만난 그는 “갯벌은 겉으로 볼 때는 아파트도 못 세우는 가치 없는 땅이지만, 자연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이 숨 쉬는 공간은 한국 경제에 갯벌과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인 이사장은 “소상공인을 단순히 지원 대상으로 여겨 (소상공인 정책은)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것’이란 개념이 팽배해 있다”며 “소상공인의 가치가 인정되면 소상공인 정책도 그 가치에 맞게 형성되지 않겠느냐. 여기에 투여되는 국가 정책과 예산의 질과 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 이사장은 이 같은 생각에서 ‘소상공인 총생산지표’ 개발을 처음 제안했다. 이 지표는 일정 기간 동안 소상공인이 창출한 총부가가치의 합을 의미한다. 인 이사장은 “소상공인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보여주는 실물 기반 경제지표가 현재는 없다”며 “소상공인 총생산지표를 정부 예산 투입의 성과를 산출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진공이 매달 ‘소상공인 경기동향(BSI)’을 조사해 발표하지만, 이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체감경기 흐름을 반영할 뿐 실제 경기 변화나 정책 효과를 실물 차원에서 드러내지는 못한다.
소진공은 올해 말까지 지표의 기본 구조를 마련하고, 내년에 첫 수치를 산출하는 것을 목표로 자체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한국은행, 국가데이터처,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경제학회, 한국응용경제학회 등 관계기관과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지난 7월 출범해 2차 회의까지 진행했다.
인 이사장은 향후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문화적·역사적 가치 등으로 소상공인 가치 측정을 넓혀갈 계획도 하고 있다. 그는 “소상공인의 가치 가운데 그래도 가장 수량화하기 좋은 게 경제적 지표”라며 “이번 지표 산출은 소상공인의 다양한 가치들에 적용해보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론 소상공인의 가치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갖게 하는 게 목표다. 인 이사장은 “가사노동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산출한다는 걸 과거에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소상공인 총생산지표를 통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골목시장의 존재 가치를 사람들이 알기만 해도 소상공인이 처한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소상공인이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고, 나아가서는 전 세계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소진공이 돕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소진공이 지난달 말 기준 2132곳이 지정된 ‘골목형 상점가’가 자리를 잡도록 교육·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고, ‘강한 소상공인 성장 지원’으로 상품과 사업모델을 다듬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인 이사장은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 완화를 논의하면서 골목상권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을 허용하자는 주장에 대해 이해관계자인 소상공인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새벽배송 문제를 잘못 풀면 호랑이(쿠팡)가 설친다고 사자(대형마트)를 풀어놓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효과를 평가하면서는 전통시장뿐 아니라 동네슈퍼, 편의점 등 골목상권 전체에 미친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이사장은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규제는 입점·납품업체와의 불공정 거래나 수수료 체계, 배송 노동자의 건강권 등에 대한 감시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 이사장은 2년의 거치기간이 끝나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정책자금 원금 상환이 시작되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피해 소상공인에게는 기존 상환 연장 제도를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새출발기금의 채무조정과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소진공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오는 16~20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를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늘리고, 추가 20만원에는 기존 7%가 아닌 10% 할인율을 적용한다. 농축산물과 수산물 환급 행사가 각각 300개 전통시장에서 열리며, 구매액의 30%, 1인당 최대 2만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현장에서 환급해준다. 인 이사장은 “추석 장을 전통시장에서 봐서 이런 할인·환급 혜택을 잘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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