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출판산업, ‘정당한 거래 시장’ 열리면 성장 동반자 될 수 있어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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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출판계에서 최대 관심사는 인공지능(AI) 환경에서의 출판산업 변화 이슈다. 글로벌 출판시장의 핵심 장터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개막일인 지난 10월6일에 맞춰 독일출판서점협회가 ‘프랑크푸르트 호소문’을 발표했다. 에이아이 학습에 쓰인 저작물의 공개와 공정한 이용 허락 체계 구축 등을 유럽연합(EU)과 독일 정부에 요구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 한국에서도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가 그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밝히며 ‘정부·국회·에이아이 기업에 보내는 대한민국 호소문’을 발표했다. “책이 없으면 에이아이도 없습니다”라는 표제를 걸고 에이아이 기업의 학습 데이터 출처 표기, 권리자의 이용 허락 원칙,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
이러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미국 법원은 지난해 ‘바츠 대 앤트로픽’ 사건 판결에서 빅테크 기업 앤트로픽이 ‘클로드’의 성능 향상을 위해 다언어 종이책으로 에이아이 학습을 시킨 것에 대해 ‘공정 이용’이라고 판단했다. ‘변형적 이용’ 방식이라 적법하다는 것이다. 생성형 에이아이 서비스가 엄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원재료인 도서 콘텐츠를 권리자의 이용 허락과 보상 없이 써도 된다는 기이한 논리다. 미국 법원의 판결은 지금까지의 부당한 도용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도용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는 최악의 판례 중 하나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 판결 이후 국내외 에이아이 업체들은 ‘책 사냥’에 더 나서는 분위기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정확성 높은 답을 내놓으려면 지식·정보의 보고인 도서를 학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관련 기업들이 과거의 책은 물론이고 앞으로 발행될 신간도 지속적으로 학습에 사용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새 책과 중고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들여 데이터 학습에 이용한 행태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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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공정 이용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생성형 에이아이 모델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 도서 콘텐츠를 무단 도용해 땔감처럼 쓴다. 따라서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는 에이아이 학습은 불법이라는 것을 적시해야 한다. 향후 더 커질 혼란을 줄이기 위해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피해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저자·출판사와 인공지능 기업 간 거래 장터 조성이 그 답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이미 지난 2월에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의 후속 조치로 저작물의 인공지능 활용 촉진 방안을 정한 바 있다. 도서처럼 거래 시장이 있는 저작물은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고, 에이아이 학습 거부 표시가 없는 때에만 선사용·후보상 원칙을 적용하는 등 창작자 권리 보호와 저작물 인공지능 활용 촉진이 양립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제도 개선은 지체되고 있다. 저작권법을 개정하고 에이아이 학습용 출판 콘텐츠 거래 시장을 만들어 소모적 분쟁을 줄여야 한다. 창작-출판과 에이아이 생태계의 동반성장 구조, 모두를 위한 에이아이 시대를 열어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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