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건 중 32건 ‘증인 0명’…뉴노멀된 ‘맹탕 청문회’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김의겸 여당 간사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열린 인사청문회 39건 중 32건은 증인 채택이 0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인사청문회도 증인 없는 청문회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과반 의석을 앞세운 여당의 잇따른 증인 채택 거부가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열린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는 총 39건으로 이중 증인이 한 명도 채택되지 않은 청문회는 32건(82%)이다. 증인 없이 참고인만 채택한 경우도 4건에 그쳤다. 이 기간 열린 청문회에서 채택된 증인은 총 18명, 참고인은 9명에 불과했다.
증인·참고인 채택이 청문회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여야 합의에 따라 증인·참고인을 아예 신청하지 않은 경우도 10여건에 이른다. 다만 후보자의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신청한 증인을 여당이 받아들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재산 형성 의혹이 제기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는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증인 없이 치러진 총리 청문회였다. 한성숙 국무총리, 최교진 교육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증인·참고인 없이 치러졌다.
여야가 증인 채택에 합의한 경우도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에서 나온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증인 2명을 채택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야당 소속 이인선 여성가족위원장이, 증인 4명을 채택한 이혜훈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임이자 재정경제기획위원장이, 증인 3명을 채택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 청문회는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각각 주재했다.
반면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증인을 채택한 사례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주재한 고광헌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 위원장 청문회가 유일했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논문 표절 검증을 위한 증인 1명이 채택됐지만, ‘성명 불상’으로 표기돼 출석요구서가 송달되지 않은 만큼 사실상 증인 채택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는 14일부터 이어지는 인사청문회 7건도 증인 없는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식약처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제약업체 제넨셀 대표 강씨와 김강립 전 식약처장 등 증인 44명을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한 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다.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의 헐값 전세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김 후보자 처남을,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라인 5명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야당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논평을 내고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 것은 후보자 검증을 거부하고 인사청문회를 요식 행위로 만드는 것”이라며 “인사청문회를 맹탕으로 만드는 여당의 증인 채택 거부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증인 27명, 참고인 46명을 단독으로 채택하며 대규모 증인 채택을 주도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정권에 따라 태도가 달라졌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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