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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13, 2026

“나이만 묻는 ‘청소년 SNS 규제’ 소용 없어…플랫폼 기업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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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논쟁과 숙의' 프로그램에서 중고생들이 청소년 에스엔에스(SNS) 규제를 주제로 모둠별 숙의를 하고 있다. 이봉수 관악중 교장 제공
지난달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논쟁과 숙의' 프로그램에서 중고생들이 청소년 에스엔에스(SNS) 규제를 주제로 모둠별 숙의를 하고 있다. 이봉수 관악중 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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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엔에스(SNS)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원격 앱으로 사용 시간 제한을 부탁할 정도였어요.”

황서연(관악중 2학년)양이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말했다. 에스엔에스 사용을 멈출 수 없던 황양은 지난달 청소년들이 열흘 동안의 숙의를 통해 직접 에스엔에스 규제 방식을 정하는 프로그램 ‘논쟁과 숙의’에 참여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민주주의클러스터와 관악중·인헌고, 숙의 등을 통해 공동체 문제의 해답을 찾는 사회적협동조합 ‘네트워크알이(RE)’가 함께 기획했다. 중2부터 고2까지 청소년 24명이 참여했다.

지금 청소년에 대한 에스엔에스 규제 논란은 세계적으로 뜨겁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세계 최초로 16살 미만의 에스엔에스 이용을 제한하는 법을 시행했지만 10명 중 8명은 에스엔에스를 사용한다는 실태가 확인돼 규제의 실효성에 논란이 일었다. 프랑스에서도 지난달 15살 미만에 대한 에스엔에스 규제 법안이 통과됐지만 헌법위원회에서 위헌 결정이 났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 주 정부와 합의해 청소년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용 시간을 제한하기로 한 메타는 지난 10 한국 정부와도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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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논쟁과 숙의’ 프로그램에서 중고생들이 숙의를 거쳐 만든 청소년 에스엔에스(SNS) 규제와 관련한 의견서. 이봉수 관악중 교장 제공
지난달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논쟁과 숙의’ 프로그램에서 중고생들이 숙의를 거쳐 만든 청소년 에스엔에스(SNS) 규제와 관련한 의견서. 이봉수 관악중 교장 제공

이런 ‘규제’의 논의에 청소년 당사자는 빠져 있다. ‘논쟁과 숙의’ 프로그램은 규제 논의에 청소년 당사자를 포함시켰다. 과정도 섬세하게 설계했다. 지난달 8일 참가자들과 함께 첫 모임을 열고 생각을 나눈 뒤 직접 숙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9∼16일 자료집을 토대로 사이학습을 했다. 17일 최종 토론을 거쳐 마련된 숙의 의견서에는 ‘청소년의 에스엔에스 사용을 제한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소년들은 포괄적 사용금지, 16살 미만 청소년에게 일괄적으로 에스엔에스 계정 생성을 금지하는 오스트레일리아 방식의 조처 등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규제 방식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표현의 자유 축소’ 등 규제 정책에 반대하는 소수의견도 담겼다.

황양은 “숙의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방식에 크게 공감했다”며 “에스엔에스 사용에 나이 제한을 걸어도 청소년들은 나이를 속일 텐데 그러면 규제가 소용없을 것 같아 플랫폼 기업 규제 방식으로 방안을 정했다”고 말했다. 숙의에 참여한 이기영(인헌고 2학년)군은 “강력한 에스엔에스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점진적 규제가 반발은 낮추고 효과는 살릴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군은 “고교학점제나 수능 등 교육 정책을 정할 때도 청소년 숙의 절차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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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청소년 대상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 당사자 의견 수렴이 있어야 정책에 대한 수용성도 실효성도 높다고 말했다. 숙의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봉수 관악중 교장은 “청소년들이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성숙한 의견을 만들어냈다”며 “국가가 방향을 정해주기 전에, 학교나 지역사회 단위에서 먼저 좋은 시민교육 모델을 경험하고 축적해보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숙의를 주관한 김주형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연령이 18살까지 낮아졌지만 청소년이 접해본 정치적 공론장은 포털 댓글 창밖에 없다”며 “앞으로 여러 주제를 두고 더 긴 기간에 걸쳐 청소년이 참여하는 숙의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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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지난달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논쟁과 숙의' 프로그램에서 중고생들이 모둠별 숙의를 거쳐 정리한 청소년 에스엔에스(SNS) 규제 관련 의견이 칠판에 붙어 있다. 이봉수 관악중 교장 제공
지난달 17일 서울대에서 열린 ‘논쟁과 숙의' 프로그램에서 중고생들이 모둠별 숙의를 거쳐 정리한 청소년 에스엔에스(SNS) 규제 관련 의견이 칠판에 붙어 있다. 이봉수 관악중 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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