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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30, 2026

폐교에서 아이들과 운동회…40여 가족 백패킹 경험 공유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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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다해 줄을 당기는 아이들과 응원하는 엄마·아빠들. 박준형 제공
온 힘을 다해 줄을 당기는 아이들과 응원하는 엄마·아빠들. 박준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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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준형 작가님!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있어서 연락드려요!”

지난해 전북 진안군 운장산 칠성대에서 만난 뒤 종종 안부를 주고받던 박기환(35)씨가 디엠(DM)을 보내왔다. 메시지에는 ‘그때 그 시절 가을 운동회’란 이름의 가족 운동회 소식이 담겨 있었다. 행사를 주최한 ‘캠프 스몰 스텝’(이하 캠스스)은 백패킹을 처음 시작하는 가족들을 돕는 모임이다. 이번 행사에 운영진으로 참여한다는 그는 캠프파이어 시간에 내 책 ‘오늘도 아이와 산으로 갑니다’에 담긴 아들과의 산행 경험을 참가자들과 나누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12일, 아들 서진이와 행사 장소인 강원도 원주의 작은 오토캠핑장으로 향했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마을 주민들이 캠핑장으로 꾸려 운영하는 곳이다. “가을 운동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전 9시30분, 행사장에 도착하자 캠스스 운영진이 활기차게 우리를 맞았다. “1등으로 오셨으니 제가 좋은 자리를 추천해 드릴게요.” 운영진 한명이 우리를 큰 나무 아래 자리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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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의 큰 나무를 중심으로 형형색색의 텐트가 하나둘 자리 잡았다. 박준형 제공
캠핑장의 큰 나무를 중심으로 형형색색의 텐트가 하나둘 자리 잡았다. 박준형 제공

자리를 잡은 뒤 우리는 너른 운동장으로 내려왔다. “아빠, 차에 ‘플디’도 있었지?” 캐치볼을 주고받으며 몸을 풀던 아들이 물었다. “플디?” 아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되물었다. ‘플디’란 ‘플라잉 디스크’의 줄임말이라며, 그것도 모르냐는 아들의 웃음기 어린 핀잔이 뒤따랐다. 최근 학교 체육 시간에 플라잉 디스크를 배웠다고 했다. 나는 그 이름보다 ‘원반던지기’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고 알려주었다. 나의 학창 시절과는 사뭇 달라진 체육 수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아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하루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우리가 원반을 던지며 운동장을 누비는 사이, 텅 비어 있던 캠핑장에 형형색색의 텐트가 하나둘 들어섰다. “혹시 저희도 같이해도 될까요?” 아이의 손을 잡은 아빠가 조심스레 다가와 물었다. 우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경기도 하남에서 9살 아들과 단둘이 왔다고 말했다. 사업에 몰두하느라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었지만, 최근에는 함께 추억을 쌓기 위해 백패킹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아직은 아이와 단둘이 백패킹을 떠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이도 갈 수 있는 트레킹 행사를 찾아다닌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백패킹 행사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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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묘시장에서 발품 팔아 의상을 준비해 온 참가자 가족. 왼쪽부터 유현재(36)·전민선(36)씨, 유시호(8)군. 주최 쪽 제공
동묘시장에서 발품 팔아 의상을 준비해 온 참가자 가족. 왼쪽부터 유현재(36)·전민선(36)씨, 유시호(8)군. 주최 쪽 제공
달리기 등 운동회 종목에 몰입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부모들. 주최 쪽 제공
달리기 등 운동회 종목에 몰입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부모들. 주최 쪽 제공

“자, 그럼 지금부터 가을 운동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청팀은 왼쪽, 백팀은 오른쪽에 모여서 각 팀의 조장을 뽑고 응원 구호를 만들어 주세요!” 유튜브 채널 ‘큰언니캠핑’을 운영하는 인현숙(42)씨가 마이크를 잡고 운동회를 이끌었다. 청팀과 백팀에 맞는 각종 소품으로 무장한 40여 가족이 운동장에 모였다. 이번 행사는 ‘추억의 가을 운동회’라는 콘셉트에 맞춰 복고풍 의상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의상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나와 달리, 복고풍 의상을 정성껏 준비한 가족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이 의상을 구하려고 동묘시장을 두번이나 다녀왔어요.” 화려한 복장을 한 참가자가 수줍게 털어놓자, 주변 사람들은 엄지를 치켜들며 그의 열정에 환호했다.

열띤 응원과 함께 운동회가 시작됐다. 박 터뜨리기와 미션 달리기, 미니 게임이 차례로 이어졌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경기에 참여하면서 행사장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인 줄다리기와 이어달리기에서는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온 힘을 다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며 힘을 보탰다. 청팀 주자로 나선 나와 아들은 각자 맞붙은 백팀 주자보다 앞서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가 백팀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아쉽게 패했다. “고생했어, 아들!” “아빠도!” 경기를 마친 우리는 손바닥을 마주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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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복장으로 줄다리기에 출전한 아빠·엄마 참가자들. 이번 행사의 드레스코드는 ‘복고’였다. 주최 쪽 제공
화려한 복장으로 줄다리기에 출전한 아빠·엄마 참가자들. 이번 행사의 드레스코드는 ‘복고’였다. 주최 쪽 제공
줄다리기에서 승리한 청팀 아빠가 아이 연합팀과 환호하고 있다. 주최 쪽 제공
줄다리기에서 승리한 청팀 아빠가 아이 연합팀과 환호하고 있다. 주최 쪽 제공

“제가 생각하는 산행과 백패킹은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일입니다. 더 많은 아이가 자연 속에서 그런 시간을 경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주위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참가자들 앞에 선 나는 아이와 함께하는 백패킹의 의미를 전했다. “제가 아이와 첫걸음을 내디딜 때는 정보도, 도움을 줄 사람도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그때 이런 행사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인씨의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아이와 백패킹을 해보고 싶다는 분들이 주변에 많았어요. 하지만 막상 떠나려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막막해 선뜻 도전하지 못하시더라고요. 저도 같은 고민을 겪었기에 그 마음을 잘 알았죠. 그래서 백패킹 시작의 문턱을 낮추고 가족들의 첫걸음을 도울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그는 오랜 캠핑 생활을 거쳐 6년째 백패킹을 즐기고 있는 이다. 내가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백패킹을 시작할 동기를 부여해왔다면, 인씨는 그 동기가 실제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사람이었다.

‘자녀와 함께하는 백패킹’이라는 공통의 관심을 가진 가족들이 캠프파이어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준형 제공
‘자녀와 함께하는 백패킹’이라는 공통의 관심을 가진 가족들이 캠프파이어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준형 제공

아이들은 운동장을 뛰놀며 밤공기를 만끽했고, 어른들은 백패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 겪은 시행착오를 나눴다. 이날 모인 가족들은 저마다 경험은 달랐지만, 아이와 함께 자연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첫걸음조차 막막한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시작할 사람이 있다면 그 걸음은 조금 가벼워질 것이다. “우리 다음 모임에도 함께해요!” 누군가의 제안에 “그럼요!” “좋습니다!”라는 화답이 이어졌다. 우리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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