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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4, 2026

[박태웅의 디지털]솔로, 콘웨이, 애슈비…AI 시대의 법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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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가 1987년 정보기술(IT) 혁명에 관해 한 말이다. 전기모터가 처음 공장에 도입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증기기관을 모터로 교체하기만 했을 때는 생산성이 오르지 않았다. 공장의 배치 전체를 모터 중심으로 바꾸고, 노동자의 분업 체계를 재구성하는 ‘보완적 혁신’에 수십년이 걸린 뒤에야 비로소 제조업 생산성은 폭발했다. ‘솔로의 역설’이다.

우리는 또 한번 이런 말을 듣고 있다. 왜 인공지능(AI)을 도입했는데도 생산성은 오르지 않나요? 답은 같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하는 AI를 도입했다고 해보자. 모든 절차가 그대로라면 판독시간을 줄여봐야 소용이 없다. 어차피 앞뒤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AI를 도입한다는 건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말이다.

콘웨이의 법칙

“시스템을 설계하는 조직은 그 조직의 소통 구조를 복제한 설계를 만들 수밖에 없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멜빈 콘웨이가 1968년 논문으로 발표했다. ‘어떤 소프트웨어나 복잡한 시스템의 아키텍처는 그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의 조직도와 협업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사회기술적 법칙이다.

‘AI 도입’ 아닌 ‘일의 방식 교체’로
생산성 폭발 규명한 ‘솔로의 역설’
조직 협업 필요, 중앙 통제 한계 등
AI사회 기초 콘웨이·애슈비 연구

예를 들어 정부가 AI 기반 통합민원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보자. 정부는 콘웨이의 법칙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홍길동씨가 반찬가게를 연다고 해보자. 보건증 발급, 위생교육, 영업신고, 사업자등록, 정책자금 신청, 건축물 용도 확인… 하지만 이 업무들은 보건소, 교육기관, 지자체, 국세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다. 각 기관이 저마다 AI 챗봇을 만드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보건소 AI, 구청 AI, 국세청 AI, 소진공 AI. 이렇게 되면 겉으로는 모든 행정이 AI로 전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민은 여전히 네 개의 AI와 각각 대화해야 한다. 더 문제는 AI마다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경우다. 구청 AI는 “영업신고를 먼저 하십시오”, 세무 AI는 “사업자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십시오”, 지원사업 AI는 “사업자등록이 완료돼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한다.

각 AI는 자기 조직의 규정 안에서 맞는 말을 하지만, 시민의 문제는 하나도 풀리지 않는다. ‘분절된 행정에 AI를 붙이면, 분절된 AI 행정이 되기 때문’이다.

‘역콘웨이전략’을 써야 한다. 만들고자 하는 목표에 맞춰 소통하고 협업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는 ‘홍길동씨의 창업’이라는 하나의 일이 끝까지 계속 존재하고, 각각의 기관 업무는 그 일에 딸린 하위 과업이 된다. 그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책임질 수 있게 협업구조를 바꾼다. 조직을 그렇게 일하게 만들면 시스템은 저절로 그렇게 만들어진다.

애슈비의 법칙

“오직 다양성만이 다양성을 파괴(통제)할 수 있다.”

사이버네틱스(인공두뇌학 및 시스템 제어 이론)의 선구자인 영국의 로스 애슈비가 1956년 저서 <사이버네틱스 입문>에서 정립한 시스템 제어의 기본 법칙이다. 예를 들어 방 안의 온도 변화가 ‘덥다’ ‘춥다’ 두 가지뿐이라면 제어기는 ‘에어컨 켜기’ ‘히터 켜기’ 두 가지 스위치만으로 방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습도’ ‘유해가스’ 등 다양성이 늘어나면 온도조절기만으로는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입력변수를 줄이는 것이다. 가령 관료주의적 규칙을 만들거나, 고객 문의 유형을 객관식으로 한정해버리면 된다. 문제는 즉시 단순해진다! 내가 눈을 감으니 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부의 복잡성에 맞설 수 있도록 내부의 대응 역량과 경로를 확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장 실무자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해 빠른 자율대응이 가능하게 한다.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교차 기능 팀을 구성해 정부의 부족한 전문성과 다양성을 보강할 수도 있다. 외부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중앙 통제식의 경직된 단일 시스템은 통제력을 잃고 붕괴하기 쉽다. 분권화와 다양성 확보가 복잡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수학적·논리적으로 증명한 법칙이다. 중앙 통제식의 경직된 단일 시스템은 버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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