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킹 배후 북한’ 지목에…김여정 “엄중한 도발” 이례적 담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사진)이 8조원대 가상자산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미국에 “명백히 우리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밝혔다. 북한 연루 의혹이 제기된 가상자산 해킹 사건에 김 부장이 담화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김 부장이 미국의 적대적 태도를 “예의주시하겠다”며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볼 문제들”을 언급한 것은 북·미 대화 성사가 미국의 태도에 달렸다는 압박성 메시지란 해석도 나온다.
김 부장은 담화를 통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암호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수십억달러의 암호화폐가 절취되는 특대형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하여 또다시 이를 우리와 결부시키는 상투적인 도발을 걸어왔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전했다. 이어 “미국이 세계 각 곳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사기행위들이 모두 우리의 소행인 듯이 국제여론을 오도하는 것은 명백히 우리에 대한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된다”고 했다.
김 부장은 “우리의 존엄과 국위를 폄훼하려는 불순한 시도로서 새로운 령역에로 파생된 또 다른 엄중한 반공화국 주권침해 행위”라며 “사이버 문제를 정치화하여 다른 나라들에 대한 내정간섭수단으로 삼으려는 임의의 시도에 대해서도 철저히 배격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일관한 정책적 립장”이라고 밝혔다.
김 부장은 “우리는 워싱턴의 대조선 적대적 자세를 다시금 확인하였으며 미국이 우리 국가에 지속적으로 다양한 도발을 걸어오는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대단히 불쾌하기 그지없는 미국의 적대적 태도에 대하여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재고해볼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의 가상화폐를 탈취한 사건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알린다”며 북한의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지목했다.
김 부장이 북한이 지목된 해킹·사이버 공격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 제기에 김 부장이 반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한·미·일 등 11개국이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등에 공동주의보를 발표했을 때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상투적인 정치적 비난선동”이라고 반박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 경제 제재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가상자산 탈취는 북한 체제 유지와 무기 개발 자금 조달의 핵심 우회로”라며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제재 기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김 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빠르게 반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부장이 미국을 거론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재고해볼 문제들”을 언급한 것은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을 향해 가상자산 해킹 사건으로 더 압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동시에 북·미 대화의 문을 아직 닫진 않았다는 의중을 드러냈다”며 “향후 1~2주간 미국 재무부·국무부의 대응 수위를 통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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