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섯 식용이야?” AI 믿고 먹었다간 ‘위험’···독버섯 증상 뒤늦게 나타날 수도
식용버섯과 유사한 가을철 독버섯 비교. 자료 : 농촌진흥청 제공
추석 연휴 성묘나 벌초, 가을 산행에 나섰다가 야생버섯을 발견하더라도 함부로 채취해 먹어서는 안 된다. ‘푹 익히면 독이 없어진다’ ‘벌레가 먹은 버섯은 사람도 먹을 수 있다’는 속설도 믿어선 안 된다. 사진을 찍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식용 여부를 물어보는 것 역시 위험하다.
농촌진흥청과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에 자생하는 버섯은 2389종이다. 이 가운데 식용이 확인된 것은 418종으로 17%에 불과하다. 독버섯은 249종이고, 나머지 1722종은 식용 여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산이나 들에서 발견 1 한 버섯 대부분은 일반인이 먹어도 되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독버섯은 겉모습만으로 구별하기도 쉽지 않다. 같은 종류라도 자라는 단계나 주변 환경에 따라 색과 모양이 달라지고, 식용버섯과 독버섯이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자라기도 한다.
색·모양만 보고 식용 판단하면 위험
야생버섯을 둘러싼 대표적 속설은 ‘끓이거나 볶으면 독이 없어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독버섯 독소 가운데 상당수는 열에 강해 가열해도 남는다. 가지나 들기름 등 특정 재료와 함께 조리하면 독이 제거된다는 말도 근거가 없다.
색깔이 화려하지 않으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화려한 색의 달걀버섯은 식용으로 분류되는 반면, 비교적 수수하게 생긴 독우산광대버섯은 강한 독성을 지닌다. 색만으로 독버섯을 가려낼 수 없다는 것이다.
‘세로로 잘 찢어지면 먹을 수 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독버섯인 삿갓외대버섯도 느타리버섯처럼 세로로 잘 찢어진다. 버섯을 잘랐을 때 유액이 나오면 식용이라는 속설 역시 맞지 않는다. 독버섯인 새털젖버섯아재비에서도 유액이 나온다.
곤충이나 달팽이가 갉아먹은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도 안 된다. 사람과 곤충·달팽이는 독성 물질에 반응하는 방식이 달라 벌레가 먹었다는 사실이 사람에게도 무해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독버섯 중독은 종류에 따라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과 양상도 크게 다르다. 무스카린 계열 독성은 섭취 후 15~30분 만에 침과 땀이 많이 나고 구토·설사나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독버섯은 어지럼증이나 환각, 경련 등 신경계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증상 늦게 나타날 수도…“괜찮아 보여도 안심 금물”
더 위험한 것은 증상이 늦게 나타나거나 한때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다. 담색장미광대버섯 등에 포함된 아마톡신에 중독되면 섭취 후 4~16시간이 지나 심한 구토와 설사,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이후 12~24시간 사이 증상이 호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48~72시간 뒤 급성 간 기능 상실과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야생버섯을 먹은 뒤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버섯의 종류를 확실히 알 수 없다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119나 의료기관에 연락하는 것이 안전하다. 남아 있는 버섯이나 조리한 음식, 채취 당시 찍어둔 사진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함께 보여주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실제 야생버섯 중독은 한 사람이 채취한 버섯을 가족이나 이웃과 나눠 먹으면서 피해가 여러 명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에도 제주와 전남 해남, 전북 완주 등에서 야생버섯을 함께 먹은 주민들이 구토와 복통 등의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산림청이 국립수목원 산림생물표본관에 보관된 표본 약 3만점을 분석한 결과 9~10월에는 광대버섯속과 무당버섯속 등 독버섯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나리광대버섯과 독흰갈대버섯처럼 식용버섯과 함께 자라 혼동하기 쉬운 독버섯도 있다.
과거 채취 경험이나 생성형 AI에 의존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버섯은 온도와 수분에 민감해 날씨에 따라 발생 시기와 장소가 달라지고, 같은 종이라도 생육 단계와 주변 환경에 따라 색과 모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형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버섯과장은 “성묘와 벌초 길에는 야생버섯을 채취하거나 먹지 말고, 반드시 안전성이 확인된 재배 버섯만 식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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