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법도, 기본법도 ‘환자의 샤우팅’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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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라는 단어가 들어간 최초의 일반법인 ‘환자안전법’은 투약 오류로 목숨을 잃은 9살 정종현 군 어머니의 외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간 환자의 목소리가 제도와 법을 바꿔온 수많은 사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국내 1세대 환자운동가로 꼽히는 안기종(56)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가 최근 환자의 목소리가 법과 제도를 바꾼 14년의 기록을 엮은 ‘환자샤우팅카페:대한민국을 바꾸는 환자들의 목소리’(엠자임헬스)를 펴냈다.
‘환자샤우팅카페’는 2012년 6월부터 환자단체연합회가 열어 온 행사로 환자나 가족이 무대에 올라 의료현장에서 겪은 피해 등을 이야기하면 전문가와 청중이 함께 듣고 해결책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지난해 8월까지 26차례에 걸쳐 60명의 환자와 가족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한 안 대표를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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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샤우팅카페는 2012년 6월 항암제 ‘빈크리스틴’ 투약 오류로 아홉살 정종현군을 잃은 어머니 김영희씨의 증언으로 시작됐다. 안 대표는 “종현이 어머니가 환자단체연합회 사무실에 찾아와서 ‘처벌도, 돈도 다 필요 없어요. 제2의 종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안전한 빈크리스틴 투약 매뉴얼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자식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종현이 어머니의 말이 저를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종현이 어머니의 말을 계기로 환자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2012년 8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환자안전법 제정을 위한 1만명 문자청원운동’을 벌였다. 1만명이 넘는 시민의 서명과 간절한 외침이 모여 2015년 1월 비로소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필요한 시설·장비·인력을 갖추도록 규정한 ‘환자안전법’이 제정됐다. 이외에도 폐암치료제 건강보험 등재, 중증질환 산정특례 제도 개선 등이 모두 ‘환자샤우팅카페’ 환자의 목소리를 통해 이뤄진 제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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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샤우팅카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소통의 장이자 치유의 장이다. “‘환자샤우팅카페’에 나온 환자나 가족들은 이 카페를 떠올릴 때 편안함, 동병상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해요. 국회 토론회나 기자간담회에서는 자신의 의료사고 피해나 경험을 꺼내기 어려워도, 이 카페에서는 청중들이 자신의 샤우팅(외침)에 공감해주고 박수쳐주는 모습에 힐링이 됐다고 합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안 대표 역시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겪은 당사자다. 2001년 아내가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당시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은 한 달 약값이 300∼450만원에 달했다. 고시생인 그가 약값을 마련하기는 어려웠다. 아내는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안 대표는 백혈병 환자가 된 아내를 살리기 위해 ‘글리벡 약가 인하 투쟁’에 참여했다. 환자, 보건단체가 함께 목소리를 낸 덕분에 글리벡은 2003년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안 대표는 “그때 많은 분이 함께 싸운 덕분에 아내가 글리벡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건강을 되찾았다. 그 빚을 갚고 싶어 사법시험 준비를 접고 2005년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간사로 환자단체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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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가 환자권리운동에 뛰어든 지 20여년. 그는 “이제 인생의 목적은 환자가 조금이라도 고생을 덜 하면서 투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비싼 신약 때문에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도 여전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부정기적으로 진행했던 환자샤우팅카페는 오는 11월부터 매달 한 차례씩 정례화한다. “환자의 목소리가 보건의료제도를 바꾼다는 것을 알리는 ‘환자샤우팅카페’를 더 활성화할 겁니다. 내년 1월에는 환자 관점에서 환자안전, 의약품 접근권 등을 연구하는 환자학회를 열 계획입니다.”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환자기본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환자정책 전담조직 신설과 환자통합지원센터 설립 촉구도 내년의 중요한 활동계획이다. 환자단체가 국회 앞 1인 시위 등을 펼치며 제정을 촉구해온 환자기본법은 환자안전법을 통합한 법안으로, 환자를 의료의 수혜자가 아닌 정책 형성의 주체로 명시하며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근거를 담았다.
안 대표는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펼침막 문구 ‘리슨 투 페이션트’(listen to patient∙환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를 가리키며 ‘경청의 마음’을 강조했다. “사람은 누구나 아프고 누구나 언젠가는 환자가 됩니다. 아프다는 이유로 외면당하지 않도록, 절실한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환자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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