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길잡이 ‘파일럿’ 심정으로 새 길 만들 것”
인터뷰하고 있는 원윤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본인 제공
“선수 때의 목표 넘어 비전·행정 이해해야…요즘의 삶은 배움 그 자체
눈이 없는 나라 청소년 실질적 지원…정확하고 신속한 리더십 발휘”
봅슬레이에서 파일럿이 방향을 잘못 잡으면 레이스를 망칠 수 있다. 썰매가 전복되면 뒤에 탄 동료까지 크게 다칠 수 있다. 파일럿에게는 기록뿐 아니라 자신을 믿고 몸을 맡긴 동료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이 따른다.
지난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된 원윤종은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선수 시절 봅슬레이 파일럿과 연결했다. 그는 최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IOC 위원은 많은 선수와 스포츠 종사자를 위해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파일럿의 심정으로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원 위원은 “선수 시절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갔다면 지금은 올림픽에 대한 비전과 행정 전반을 이해해야 한다”며 “공부도 하고 국제 스포츠 인사들과 네트워크도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배움”이라며 “모든 순간과 사람, 현안에서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원 위원은 IOC 총회를 비롯한 국제회의와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선수위원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끝난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자문위원회 활동을 하며 국제 스포츠 관계자들과 만났다. 그는 “IOC 위원이 됐어도 얼마나 먼저 다가가고 활동하느냐에 따라 유대가 생긴다”며 “도전하지 않는 게 위험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기는 8년이다. IOC 선수위원은 보수를 받지 않는다. 국제회의 참석 때 출장비나 일비가 지급되는 게 사실상 전부다. 국내 활동 기반도 대한체육회 내 사무공간 정도다. 원 위원은 “금전적 지원보다 어떤 조직을 기반으로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관심을 두는 분야는 ‘청소년’이다. 그는 “동계 종목은 지역적인 제한이 크다”며 “눈이 없는 나라 청소년과 선수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해외 청소년 선수들은 K팝이나 한국 음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며 “국제대회 유치 등을 통해 평창 시설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올림픽 유산을 이어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위원은 한국 사회가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스포츠계에 문제가 있다면 고쳐야 하고 부패가 있다면 없애야 한다”면서 “사건 하나만 보고 ‘체육은 원래 그렇다’며 체육계 전체를 경시하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OC 선수위원 업무에도 봅슬레이 파일럿과 같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수 시절에는 자신의 실수로 큰 사고도 경험했다. 2012년 스위스 생모리츠 세계선수권에서 조종 실수로 썰매가 전복되면서 뒤에 타고 있던 브레이크맨이 어깨에 심한 화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원 위원은 “파일럿은 방향을 잘 잡으면 안전성을 높이고 속도도 끌어올릴 수 있다”며 “IOC 위원도 큰 책임감을 갖고 정확하고 신속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남은 IOC 선수위원 임기는 7년이 넘는다. 15개 커브가 있는 봅슬레이 코스로 비유하면 이제 첫 번째 커브를 지난 정도다. 선수 시절 얼음 트랙의 다음 커브를 읽었다면, 이제는 국내외 스포츠가 갈 방향을 잡아야 한다. 원 위원은 “처음부터 너무 큰 것을 하려고 하기보다 한 단계씩 가려고 한다”며 “방향만 잘 잡으면 늦지 않게 좋은 결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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