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예고에도 대남 확성기 ‘잠잠’…자충수 될까 봐 우려하나
지난달 22일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에서 우리군 초소와 북한군 초소 사이로 기러기 떼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대남 확성기 가동 상태 돌입을 예고한 시한인 10월이 지났지만, 실제 방송 재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접경 지역의 긴장 고조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확성기 방송 재개를 유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대신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1일 “현재 우리 군에서 북한의 대남 확성기 가동 상황이 확인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지난달 21일 발표한 담화에서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당시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 방송과 경고사격을 문제 삼으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지 않은 것은 접경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군의 경고사격과 경고 방송으로 작업 인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해 확성기 방송을 언급하며 한국에 엄포를 놓은 것”이라며 “자신들의 방송 재개로 한국이 대응 조치에 나서면 작업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한국이 맞대응 성격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경우 외부 정보가 다량 유입된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북한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이후 한국에 강하게 경고했다가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다. 확성기 방송을 두고도 김 부장은 ‘10월 중 가동 상태’를 경고한 다음 날 곧바로 “수일 내 대기 상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표현을 써 수위를 다소 낮췄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부장은 또 지난달 19일 담화에서 한국군의 경고사격 자체를 신변 위협으로 규정하며 군사 대응의 문턱을 낮추는 듯 보였으나, 이틀 뒤 담화에서는 “경고사격 도발이 경고성을 넘어 장병들의 신변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이라고 대응 조건을 한층 구체화했다.
북한은 충돌 가능성을 높이지 않는 선에서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무력시위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진행한 탄도미사일 탑재 집속탄두 위력 시험평가 사실을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전술탄도미사일 산포전투부(집속탄 탄두) 전투적용성 및 위력평가시험을 진행했다고 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집속탄두는 하나의 탄두 안에 여러 개의 자탄(새끼탄)을 넣어 파괴 범위와 살상력을 극대화한 무기로 공군기지 주기장·활주로를 주된 표적으로 삼는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12∼13정보(약 11.9∼12.9㏊)의 표적 구역을 초강력 밀도로 초토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3ha는 대략 축구장 18개를 합친 면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에는 한국군 감시초소(GP) 모형을 자폭무인기로 타격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다만 북한이 “대기 상태”라고 밝혔듯 판단에 따라 대남 확성기 방송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군이 MDL 월선 행위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데 부담을 느끼도록 압박 수단을 남겨뒀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로선 북한이 군사회담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국경선 요새화에 대응하면서도 긴장 고조를 피할 방안을 찾는 게 고민 지점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국은 지상·공중·해상·사이버 공간 등 모든 영역에서 강력한 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두 트랙 접근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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