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약까지 25년 적자 버텼다”…뚝심 지킨 기업, 시총 115조 [제27회 세계지식포럼]

‘K-바이오 혁신의 여정’ 세션
슐라이퍼 “과학자 중심 이사회, 수십억달러 손실 견뎌”
“단기 기술수출 벗어나 ‘50대50 파트너십’ 구축해야”
“창업 후 첫 25년 동안 승인받은 신약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매년 수십억달러의 적자가 났지만 과학이 결국 답을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버텼습니다.”
글로벌 바이오 공룡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레너드 슐라이퍼 대표는 1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지식포럼 ‘K-바이오 혁신의 여정: 글로벌 리더들의 조언’ 세션에서 신약 개발의 성공 방정식으로 ‘인내’와 ‘과학 중심 경영’을 꼽았다.
1988년 맨해튼의 작은 원룸에서 출발한 리제네론은 현재 시가총액 850억달러(약 115조원) 규모의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했다.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면역항암제 리브타요,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 등 블록버스터 신약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았다.
슐라이퍼 대표는 25년에 달하는 기나긴 ‘죽음의 계곡’을 버텨낸 비결로 이사회의 구성을 꼽았다. 그는 “투자자들의 시계는 몇 초에서 길어야 몇 년에 불과하지만 바이오 산업의 개발 주기는 수십 년 단위”라며 “노벨상 수상자 3명을 포함해 이사회의 다수를 과학자로 채워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상업성 평가에 매달리기보다 질병 경로를 차단하는 기초 과학 연구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자금난 탓에 임상 1~2상 단계에서 헐값에 파이프라인을 넘기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을 향한 현실적인 조언도 내놨다. 슐라이퍼 대표는 “대형 제약사가 찾아와 5% 안팎의 쥐꼬리만 한 로열티를 제안하고 과실을 독식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며 “리제네론은 사노피 등과 제휴할 때 지적 자본을 존중하며 가치를 공평하게 나누는 50대50 파트너십 모델을 정착시켰다”고 강조했다.
함께 연단에 오른 토머스 라인스 퀘르시스 파마 대표 역시 자본력이 부족한 바이오텍의 지분 방어와 정부 지원을 역설했다. 라인스 대표는 “질환에 따라 대규모 임상 3상을 끝까지 완주하려면 10억달러(약 1조3500억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다”며 “창업자가 3상에 도달할 때쯤 지분이 3~6% 수준으로 쪼그라들지 않도록 초기 자금 조달 구조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기업들이 5~10년간 세금 부담 없이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한다면 조기 헐값 기술수출을 막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혁신과 시장 신뢰 구축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올해 5월까지 제27대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마티 머캐리 박사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 시스템과 뛰어난 연구 인력을 갖췄지만 글로벌 시장과 상호작용하는 트랙 레코드(실적)가 아직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머캐리 전 국장은 “투자자들에게 조기 회수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제약·바이오 인수합병(M&A)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생태계로 모험자본이 원활하게 흘러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인공지능(AI) 접목에 대해서는 ‘데이터의 질’이 핵심 승부처로 꼽혔다. 슐라이퍼 대표는 “인터넷에 널린 기존 텍스트 학습만으로는 바이오 혁신에 한계가 있다”며 “혈액 한 방울로 단백질 수천 개를 분석하는 단백질체학(프로테오믹스)과 정교한 유전체 데이터셋이 결합할 때 AI는 환자별 약물 반응을 예측하고 신약 개발 판도를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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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REGN
Regeneron Pharmaceuticals, Inc. NASDAQ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한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가 25년 죽음의 계곡을 극복한 신약 개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기초 과학 연구에 집중하며 아일리아와 듀피젠트 등 주요 신약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습니다.
업계는 바이오 생태계에서 사노피와 구축한 50대50 파트너십이 지적 자본 존중의 모범 사례로 남긴 의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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