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해체하겠다”던 트럼프···이번엔 ‘금융 고립’ 추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금융 거래를 광범위하게 차단하는 고강도 제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ICC 인사를 겨냥했던 기존 제재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제형사재판소라는 기관 자체를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문건과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ICC에 대한 대규모 제재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도 이 보도를 인용해 미 행정부가 ICC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재안에 따르면 6~7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통신 서비스 관련 거래를 제외한 ICC와의 대부분의 거래가 금지될 수 있다. 특히 ICC의 달러화 거래가 차단될 경우 미국 금융시스템뿐 아니라 달러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국제 금융망의 상당 부분에 접근하기 어려워져 재판소 운영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제재안이 최종 확정됐거나 시행 시점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미 당국자들은 이번 주 유엔총회 기간이나 직후 최종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WSJ가 보도한 제재 내용을 자체적으로 즉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ICC를 미국 주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ICC가 2024년 11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당시 국방장관이던 요아브 갈란트 등 이스라엘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문제 삼아 ICC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2월 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지난달에는 아카네 도모코 소장과 압둘라예 세예 수석 공판 법률가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번 제재안은 기존 조치와 달리 ICC와의 거래 자체를 광범위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수위가 높다. 앞서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ICC가 미국 주권을 위협할 수 없을 때까지 체계적으로 ICC를 해체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추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CC는 2002년 로마규정에 따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립된 상설 국제재판소다. 집단살해,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을 저지른 나라의 전·현직 국가원수 등을 기소해 처벌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며, ICC가 미국인이나 동맹국 국민을 대상으로 행사하는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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