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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8, 2026

[지금, 여기]‘94% 공개’의 함정, 갇힌 알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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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를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정보공개법은 1996년 12월 제정돼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이 법에 따라 미성년자와 재외국민, 수용자, 법인 등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접수된 정보공개청구는 122만5880건이다. 행정안전부는 이 가운데 94%가 전부 또는 부분 공개됐다고 발표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보공개제도는 완벽하게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제도는 단순한 수치로 설명할 수 없다. 정보공개제도는 청구인과 공무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갈등의 최정점에서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다. 우선 부분공개는 일부 내용을 포함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보는 가린다. 공개 비율을 올리기 위해 부분공개 제도를 악용하는 때도 많다.

이러한 비공개에 해당하는 건수를 합치면 실질적인 비공개 비율은 28%(34만5361건)에 달한다. 여기에 불복하는 방법으로는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이 있지만 대부분 이의신청을 택한다. 이 경우 정보공개심의회가 열리는데, 예산상의 이유로 서면심의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서면심의에서는 위원들이 질문과 토론이 어려워 공개 의견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서면심의를 택하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은 없다.

정보공개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이의신청 인용률은 35%에 불과하고, 행정심판 인용률은 17%밖에 되지 않는다. 이를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순간 시간과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청구인에게 지옥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공공기관은 공개가 늦어질수록 정보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을 악용해,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며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간다. 2017년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세월호 참사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은 지난 4월에야 승소 판결을 받았다. 무려 9년의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정보공개소송이 더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혜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4년 연평균 228건이던 정보공개소송은 지난해 507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검찰청·경찰청·감사원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이 급증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소송 패소율 43.7%로 다른 행정소송의 4배가 넘는다. 국민의 알권리가 조직적으로 방해받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위험도 있다. 청구인이 최종 소송에서 패소하면 공공기관 변호사 비용(약 132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공익 소송의 경우 변호사 비용을 면제하자고 요구해 왔으나,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처럼 정보공개 소송은 여러 면에서 청구인을 피폐하게 만든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할 정도의 사안이면 최초 판단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정부는 행정과정을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이런 것 가지고 불신을 사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적에도 개선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해결책으로 우선 정부가 1심에서 패소했을 때 항소 기준을 엄격히 강화해야 한다. 하승수 변호사는 “각종 행정소송을 지휘하고 있는 법무부에서 항소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라도 만들어서 항소 및 상고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행안부도 항소를 남발하는 기관에 정보공개평가 불이익을 주고 지도점검을 병행해야 한다. 정보공개위원회에 항소 승인 권한을 부여하자는 대안도 있다.

영국은 정보공개 거부에 불만이 있는 청구인은 법원에 가기 전 반드시 정보위원회(ICO)에 먼저 불복 신청을 하도록 하고 있다. ICO는 강력한 법적 권한을 가지고 양측을 중재하거나 결정을 내리는데, 이 과정에서 소송 전 대부분의 분쟁이 걸러진다. 우리나라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역할과 비슷하다. 정보공개법 제정 30년을 맞아, 국민의 알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하는 구체적 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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