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진폐증 앓다 우울증으로 자살한 탄광 노동자…법원 “유족에 연금 지급해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탄광 노동자가 진폐증에 따른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면 유족에게 진폐유족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재판장 정은영)는 지난 7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진폐유족연금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유족) 승소 판결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진폐유족연금이란 진폐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인 진폐로 사망한 경우 유족에게 지급하는 연금이다.
A씨는 1986년 진폐증 최초 진단을 비롯해 2012년까지 10차례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 수차례 심폐기능 장해 진단도 받았다. A씨는 병원에서 요양하면서 간호사에게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고 기력도 없어 일상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고 호소하다 2023년 10월 자살했다.
유족은 진폐유족연금과 장례비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진폐증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했다. 유족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당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진폐증 때문에 우울증, 불안·수면장애가 발생해 사망으로 이어졌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이 부지급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의사로부터 ‘폐가 현재보다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점, 감정의가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질병의 악화와 신체 기능의 감퇴가 삶의 의지를 약화시킨다’고 의견을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A씨가 깊은 절망감과 무력감에 빠졌다고 봤다.
재판부는 “망인(A씨)은 업무상 질병인 진폐증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악화돼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 추단할 수 있다”며 “망인의 사망은 업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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