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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September 27, 2026

[시선]판사가 AI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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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AI라면 좋겠다.’ 골프장 캐디 소송을 하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뢰인은 골프장에서 해고를 당한 캐디였다. 1·2심 재판부는, 캐디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해고를 다툴 수 없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을 읽어보니 서면을 제대로 읽긴 한 건가, 증거를 살핀 게 맞나 의문이 들었다. 사실 소송을 하는 내내 불안했다. 서면의 내용과 증거가 방대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를 따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업무 내용을 누가 정하는지, 일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는지 등등 대법원이 제시한 여러 요소를 하나하나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이것저것 밝혀야 할 요소들이 많으니 서면의 양도, 제출하는 증거도 방대해진다. 변호사도 품이 많이 들지만, 판사 입장에서도 봐야 할 게 많아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의심이 든다. ‘제대로 읽기는 할까.’

소송을 할 때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판사가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바람이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사실을 다르게 정리한, 증거가 있는데도 없다고 하는 판결문을 접하면서 생긴 불안에 기초한 것이다. 불안하니 중요한 문장에는 밑줄을 긋고 굵은 글씨체로 강조 표시를 한 후 서면을 제출한다. 어떤 변호사는 파란색이나 붉은색으로 더욱 눈에 띄게 표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런 강조 표시를 못하게 한다는데, 불안한 나는 어쩔 수가 없다. AI 판사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비단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대법원이 캐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로 이를 뒤집는 판결이 나온 적이 없다. 근로자성을 다투는 사건은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데도, 판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법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캐디의 근로자성을 다룬 판결문들은 찍어낸 것처럼 똑같다. 대법원 판결문을 그대로 복사해 붙이기라도 한 것 같다. 그러니 차라리 AI라면 선입견 없이, 서면의 내용과 있는 증거들만 가지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똑같은 사건이어도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는 것도 AI 판사를 떠올리는 이유다. 특히 노동 사건은 판사의 사회에 대한 시선, 노동에 대한 이해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판사가 속한 계급도 무시 못한다. 243억원의 재산을 신고한 이숙연 대법관은 남편이 반도체 회사 대표인데, 그가 노동 사건에서 한 판결들을 보면 기업가 입장을 대변하는 게 눈에 띈다. 인간 판사를 만나 복불복인 판결을 받는 것보다야 AI 판사를 만나 일관성 있는 판결을 받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나.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능가하는 인간 판사에 대한 기대가 있다. 배달라이더를 근로자로 본 판결처럼, ‘근로기준법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를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판결들이 가뭄에 단비처럼 등장한다는 것이다. AI는 이미 만들어진 기준에,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노동법이 누구 편에 서야 하는지 고뇌할 수는 없다. 이미 만들어진 기준이 시대에 맞는지 회의할 수도 없다. 휴머니즘의 발로, 그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판사들은 결단해야 한다. AI보다 못할 것인가, AI를 넘어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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