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원’짜리 전투기 위조 부품 만들어 ‘1억원 정품’ 둔갑···공군 정비대금 128억 가로챈 일당 기소
사건 개요. 대전지방공소청 논산지청 제공
자체 제작한 위조 부품을 미국산 정품인 것처럼 속여 공군 전투기 정비대금 약 128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민간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개당 제조원가가 약 120만원인 위조 부품은 미국 협력업체 등을 거치며 약 1억원에 수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지방공소청 논산지청은 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전투기 부품 제작·유통업체 대표 A씨(70)와 외주정비업체 정비사 B씨(67), 외주정비업체 대표 C씨(62)를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외주정비업체 공정보증인 D씨(76)와 정비사 E씨(48)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 등은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10년간 위조 ‘다운컨버터’를 미국산 정품인 것처럼 사용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정비대금 약 128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다운컨버터는 KF-16 전투기에 탑재되는 적아식별장치 송·수신기의 구성품으로, 주파수를 변환하는 부품이다.
공소청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4년 8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국내에서 제작한 위조품을 미국에 수출한 뒤 재수입하는 방식으로 정품처럼 꾸며 정비대금 약 29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는 미국에서 제작한 위조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약 99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가 적용됐다. 이 기간 범행에는 C씨와 D씨, E씨도 가담한 것으로 공소청은 보고 있다.
A씨는 위조품에 정품과 동일한 외형과 제품번호를 적용하고 이를 직접 유통하기 위해 자신이 지분 약 90%를 보유한 미국 협력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조원가가 개당 약 120만원에 불과한 위조품은 이 업체 등을 통한 유통 과정을 거치며 약 1억원에 수입됐다.
B씨는 정비 과정을 감독하는 공군 품질검사관들에게 위조품을 미국산 정품인 것처럼 설명하며 정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기간 A씨로부터 정비기술 자문 등의 명목으로 약 1억66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C씨는 위조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정비대금을 계속 지급받기 위해 소속 실무자인 D씨와 E씨를 통해 수입 일정 등을 조율하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세 사람은 부품을 무단으로 빼내 다른 장비 정비에 사용하는 이른바 ‘부품 돌려막기’ 혐의도 받는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정비 불가 판정을 받은 송·수신기 6대를 반환하기 전 모듈과 부품 총 15개를 빼내 동일 모델의 다른 송·수신기 정비에 사용하고 정상적으로 정비한 것처럼 속여 약 8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금액은 위조품 사용으로 편취한 약 99억원과 동일한 계약에 따른 것으로, 전체 정비대금 약 128억원에 포함된다.
또 2019년 전투기 장착 안테나의 정비기한을 넘기자 해외 부품업체의 납품 지연 때문인 것처럼 납기일을 수정한 허위서류를 제출해 지체상금 약 5000만원을 부당하게 환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는 2023년 9월 국방부가 제보를 받아 공군수사단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공소청은 A씨가 범죄수익으로 개인 요트와 자가용 항공기 등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범죄수익 환수 조치 등을 위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공거래 관련자에 대해서도 과세관청에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등 혐의로 고발을 요청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비대금 원가 사후점검과 수입 관련 서류 검증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방위사업청에 통보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할 계획이다.
공소청 관계자는 “공군 또는 원제작사로부터 사용 적합성을 인증받지 않은 위조품과 무단 전용 부품을 사용해 국방·안보와 공군 전력의 신뢰성·안전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A씨와 B씨는 과거 유사한 방산비리 사건에서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2015년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이 수사한 ‘공군 전투기 정비대금 243억원 편취 사건’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받았다. 당시 사건에서는 정비업체 대표 등 6명이 구속기소됐으며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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