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부부연기’ 김혜자·‘60년지기’ 오지명·‘딸 같은’ 김혜수…최불암 빈소 찾은 별들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향년 87세로 별세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 아버지’로 사랑받은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지난달 29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정의로운 ‘수사반장’부터 인자하면서도 엄격한 ‘양촌리 김 회장’까지, 안방극장에서 한 시대를 함께한 국민 배우의 별세에 각계의 추모와 애도가 이어졌다.
별세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동료·후배 배우들과 정·관계 인사들은 ‘아버지이자 스승’ 같았던 선배이자 ‘따뜻하고 편안한’ 동료였던 고인을 추억했다.
MBC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 식구들이 장례식장을 속속 찾았다. ‘김 회장’을 연기한 최불암과 부부로 22년간 호흡을 맞춘 배우 김혜자는 지난달 30일 장례식장을 찾아 “죽으면 또 만날 텐데, 마지막이라고 하지 말아달라”며 슬픔을 표했다. 그는 “저 사람에 대한 추억을 다 기억하며 살 거다. 그리운 사람이니까,”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금동’ 역의 임호와 ‘복길이 엄마’ 김혜정이 조문을 마친 그의 곁을 지켰다. 김혜자는 빈소에서 마주친 배우 윤여정과 부둥켜안고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MBC <전원일기>의 김혜자와 최불암. 경향DB
둘째 아들 ‘용식’ 역의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차려진 빈소의 첫 조문객이었다. 그는 “22년간 내 아버지로 사셨기 때문에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평상시에도 늘 아버지라고 불렀다”며 “최근 건강이 좋아지면 만나자고 하셨는데, 부고 소식을 듣게 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맏며느리 역의 배우 고두심도 빈소를 찾았다.
극 중 연인 ‘복길’·‘영남’에서 실제 부부로 발전한 배우 김지영·남성진도 지난달 31일 조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지영은 고인이 “아버지이자 선생님이셨다”고 했다. 남성진은 “배우의 삶 이외에도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며 “따뜻한 마음을 항상 나누시고, 누구나 살갑게 챙겨주셨던 큰 어른”이었다고 했다.
원로 배우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배우 나문희는 30일 “최불암씨, 먼저 가셨네.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먼저 가서 마음 한구석이 아주 섭섭하다”고 했다. 배우 백일섭은 31일 “최불암, 김용건, 이계인과 술 한잔 마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최)불암이 형과 술 마실 때 형 눈을 보면 편했다. 금방 가실 줄 몰랐다. 90세는 넘기셔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 중앙고등학교를 함께 다닐 때부터 절친했다는 배우 오지명은 이날 “맨날 네가 먼저 죽냐, 내가 먼저 죽냐 그랬는데 자기가 먼저 갔다”면서 “미안하다. 내가 조금 더 늦게 살아서”라고 고인에게 전하듯 말했다. 두 사람은 블랙코미디 영화 <까불지마>(2004)에 함께 출연했다. 고인과 한양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임현식은 “선배님은 가장 한국 문학적인 배우였다”며 “(함께 <전원일기>,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에 출연할 때) 늘 격려해주던 최고의 선배”였다고 회상했다.
2021년 KBS <한국인의 밥상> 1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된 회차에서 배우 김혜수는 고 최불암의 아내 배우 김민자와 함께 특별한 한 끼를 준비했다. 식사를 마친 뒤 최불암을 포옹하고 있는 배우 김혜수. ‘한국맛집K’ 유튜브 갈무리
후배들의 존경을 담은 조문도 계속됐다. 드라마 <사모곡>(1987)에서 최불암의 아내 김민자와 모녀사이를 연기한 이후 ‘딸’을 자처하며 각별하게 지낸 김혜수는 사흘째 빈소에 머무르며 김민자의 곁을 지켰다. 그는 벗어둔 신발들을 정리하고, 조문객을 배웅했다. <수사반장 1958(2024)에서 젊은 ‘박영한’을 연기한 배우 이제훈은 1일 “선생님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너무나 큰 영광이었다”고 했다. 최불암이 첫 회와 마지막회에 특별출연한 이 작품은 고인의 마지막 드라마가 됐다.
배우 채시라가 1일 개인 SNS에 올린 MBC 드라마 <미망> 촬영 당시 고 최불암과 함께 찍힌 사진. 채시라 인스타그램 갈무리
채시라는 이날 SNS에 MBC 드라마 <미망>(1996~1997)에 고인과 함께 출연하던 당시의 사진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여명의 눈동자>(1991~1992)·<이별이 떠났다>(2018)의 두 번의 아버지보다 한 번의 할아버지로 만난 시대극 <미망>에서 제일 많이 호흡을 맞췄다”며 “최불암 선생님 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려고 한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했고,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배움이었다”는 마음을 전했다.
정계와 공직 사회에서도 고인의 발자취를 기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별세 소식이 전해진 30일 SNS에 “사회의 그늘을 살피고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려 하셨던 선생님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며 애도를 전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30일 고인에게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직접 유족에게 전달했다.
장례위원회 위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 경찰 지휘부도 빈소를 찾아 ‘명예 경찰’인 고인을 추모했다. 앞서 경찰은 <수사반장>이 수사 이미지를 높인 공로를 인정해 1972년 고인을 명예 경감으로 위촉, 여러 차례의 승진을 거쳐 2024년 그를 민간인 최초 명예 치안정감으로 임명했다.
배우 최불암이 2018년 10월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제73주년 경찰의 날을 기념해 열린 경찰청 명예경찰관 위촉식에서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명예경무관 위촉패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사들은 고인을 기리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긴급 편성하며 추모의 뜻을 보탰다. KBS는 지난달 30일과 1일, 2부작 다큐멘터리 <특집 다큐 그리운 안방손님, 최불암>, <특집 다큐 밥상지기 최불암 당신을 기억합니다>를 연이어 편성했다.
MBC도 지난 5월 방송한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 1·2부를 같은 기간 이틀에 걸쳐 내보냈다. <다큐플렉스-전원일기 2021>로 인연을 맺은 MBC 김현기 PD는 지난해 초순 최불암으로부터 “자네가 내 다큐(멘터리) 좀 만들어 줘”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 방송 기획이 시작될 수 있던 계기였다고 지난달 30일 개인 SNS에 밝혔다. 김 PD는 “선생님은 좋은 어른, 누구보다 아름다운 인사말을 건네는 분이었다”며 고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1959년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고인은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격으로 18년간 방송된 MBC <수사반장>의 박영한 반장, 국내 최장수 드라마 MBC <전원일기>의 양촌리 김 회장, MBC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 등으로 활약하며 ‘국민 배우’로 불렸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KBS 1TV <한국인의 밥상>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고인은 지난해 3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고 재활에 힘써왔으나, 지난달 29일 오후 10시30분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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