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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시선]노벨 과학상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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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0명은 한국 과학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모두 남성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수상자 1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28명이 노벨과학상을 받았지만,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여성 과학자 수상자 수만 놓고 보면 한국과 일본은 다르지 않다.

1901년부터 2026년까지 노벨과학상을 받은 664명 중 여성은 26명에 불과하다. 125년 동안 전 세계에서 노벨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보다 일본 남성 수상자가 더 많다니 의료계의 ‘콧수염 지수’가 떠오른다. 2015년 미국 상위 50개 의과대학의 리더급 임상의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리더는 13%였던 반면 콧수염을 기른 남성 리더는 19%에 달했다. 의료계의 성별 불균형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없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연구인력 중 여성 비율은 23.7%지만 연구책임자 중 여성 비율은 19.3%에 그친다. 2021~2026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연구비 가운데 여성 연구책임자에게 배분된 금액은 전체의 6.2%에 불과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여성 연구책임자 비중이 연령이 높을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30세 이하에서는 전체 연구책임자 중 41.8%가 여성이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비율이 떨어져 61세 이상에서는 7%밖에 되지 않는다. 2024년까지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통계를 보면 평균 20.2년의 핵심 연구 기간을 거쳐 71.1세에 노벨상을 수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여성 과학자들이 이러한 경로를 따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벨상 수상자와 연구책임자 중 여성 비율은 과학계의 성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2024년 기준, 국내 대학의 화학 전공과 생물학·생명과학 전공 학생 중 여학생 비율은 각각 59.3%와 54.0%다. 2020년 미국에서도 생물학 관련 전공자의 64%, 화학 전공자의 53%가 여성이었다. 그러나 노벨 화학상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여성 비율은 이들 전공 분야의 여학생 비율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올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완전한 성평등에 도달하는 데까지 걸릴 시간을 120년으로 봤다. 분야별 차이가 충격적이다. 교육 분야에서의 성평등이 8년으로 가장 짧은 반면, 정치 참여 분야는 194년으로 가장 길다. 186년의 격차라니! 정치 참여에는 여성이 국회의원과 장관, 국가수반 등으로 얼마나 참여하는지가 포함된다. 그렇다면 ‘과학 참여’ 항목도 계산해보고 싶어진다.

전체 여성 노벨과학상 수상자 수가 일본의 남성 노벨과학상 수상자 수를 넘어서는 날은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한국과 미국 모두 물리학과 여학생 비율이 아직 25% 수준이지만 과학 교육에서의 성평등 실현 역시 아주 멀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거나 대규모 연구과제를 이끄는 과학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인 미래는 여전히 아득하기만 하다.

교육에서 성평등 수준이 가장 높은 것은 여성에게 축복이자 고통이다. 남성과 동등하게 교육받고도 최소 100년 이상 불평등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을 단축시키려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은 여성 인재가 겪는 고통과 인재의 낭비를 줄이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한국 최초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탄생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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