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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단독] 888종이나 되는 ‘반려 야생동물’…“생물자원관이 후보 종 늘리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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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정에서 키워도 되는 외래 야생동물을 정한 ‘백색목록’이 심의 기구도 없이 지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시시설에서 관람객이 목에 뱀을 두르는 체험을 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정부가 가정에서 키워도 되는 외래 야생동물을 정한 ‘백색목록’이 심의 기구도 없이 지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시시설에서 관람객이 목에 뱀을 두르는 체험을 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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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키워도 되는 외래 야생동물 목록(백색목록)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국립생물자원관이 판매업계가 제출한 종들을 평가 후보에 포함하라고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생태계 영향 등을 고려해 ‘반려 야생동물’을 규제해야 할 정부 기관이 동물 판매업계의 이해를 대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설명 등을 종합하면, 국립생물자원관(자원관)은 2023년 발주한 ‘백색목록 파충류 구축’ 연구용역의 연구진에게 평가할 후보 종을 확대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원관은 국가 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고 보전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기관이다.

백색목록제도는 가정에서 길러도 환경·공중보건에 해가 없다고 본 야생동물만 국내에 도입·판매·사육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2022년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도입돼, 지난해 12월 시행됐다. 기후부가 고시한 백색목록은 현재 888종(포유류 9종·조류 17종·파충류 655종·양서류 207종)에 이르는데, 이는 비슷한 제도를 둔 다른 나라(30~40종)와 견줘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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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용역은 백색목록에 포함할 파충류 종을 추리는 연구였다. 연구진이었던 ㄱ씨는 “초보자도 키울 수 있고 생태계 교란이 없는 국내외 유통 종으로 추리려 했으나, 자원관 담당자가 계속 추가 접수를 받아 목록을 늘리라고 요구했다”며 “업체들이 모인 한국양서파충류협회에서 받은 목록을 주면서 후보 종에 포함시키라고도 했다”고 말했다. 평가할 후보 종이 늘어나면 최종 백색목록에 포함되는 종도 늘어날 수 있다. 자원관의 요구로 추가된 후보 종은 151종에 달한다.

ㄱ씨는 이어 “(해당 종이 사육환경에서 생태·습성 등을 충족할 수 있는지) 동물복지 기준을 넣자고 제안했지만, (자원관 쪽은) ‘복지는 과학이 아니’라며 반대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종의 원서식지 야생 개체군 보전 상황을 반영하자는 제안에도 “그 나라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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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관은 이듬해 포유류·조류·파충류·양서류 등 네 분류군을 대상으로 용역을 발주하면서, ㄱ씨가 속한 연구기관이 이미 백색목록 포함 여부에 관한 검토 의견을 낸 파충류도 다시 평가 대상에 넣었다. 두 용역은 평가 대상과 판정 방식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포함’ 판정 비율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2023년 용역에서는 파충류 428종 가운데 88종(20%)만 ‘포함’으로 판정한 반면, 2024년 용역에선 581종 가운데 559종(96%)이 ‘포함’됐다. 2023년 ‘불가’ 판정을 받은 29종 중 16종은 결국 최종 목록에 올랐다.

자원관은 목록 지정 종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라, 평가 대상 종(후보 종)을 늘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기후환경생물연구과 관계자는 “후보 종 가운데 백색목록에 포함할 종을 최종 선정하기 때문에 유통·판매되는 종을 늘리라고 한 것”이라며 “동물복지 측면은 이어지는 연구에서 ‘사육 적합성’ 항목에 반영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육 적합성은 사람이 기르기에 알맞은지를 따지는 기준인 만큼, 동물복지를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이 항목은 2024년 8월 이해관계자 온라인 설문 결과를 반영해 새로 생겼고, 같은 과정에서 ‘독성’ 항목은 ‘위험성’에 통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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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정에서 키워도 되는 외래 야생동물을 정한 ‘백색목록’이 심의 기구도 없이 지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시시설에서 관람객이 테구도마뱀을 안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정부가 가정에서 키워도 되는 외래 야생동물을 정한 ‘백색목록’이 심의 기구도 없이 지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시시설에서 관람객이 테구도마뱀을 안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백색목록 평가는 전문가 자문 절차를 정할 훈령이 마련되기도 전에 진행됐다. 심의를 맡을 백색목록위원회는 고시 나흘 뒤에야 발족했고, 자원관은 위원회 없이 자체적으로 평가위원을 꾸려 1~5차 종 평가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의 빈 자리에는 판매업계 관계자들이 채웠다. 종을 심사한 평가위원 29명 가운데 10명은 업계 인사였다. 특히 파충류 평가위원은 9명 중 4명(44%), 양서류는 4명 중 2명(50%)이 업계 관계자였다. 업계 평가위원들은 협회가 아닌 개별 업체 대표여서 자신이 판매하는 종을 직접 심사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자원관 쪽은 종별 이해관계 회피 여부에 대한 자료를 내놓지 않으며, “종의 사육·거래와 산업 동향을 반영하기 위해 산업계 위원을 포함했다”고 답했다.

목록 선정 과정에는 업계의 요청이 대거 반영됐다. 1차 공청회 뒤 추가 평가 요청을 받은 453종 가운데 367종(81%)은 업체가 요청한 종이었고, 이 중 174종(47%)이 지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반면 동물단체가 2차 공청회 뒤 제외를 요청한 16종은 모두 목록에 남았다.

이런 과정 속에 만들어진 백색목록에는 독성, 질병전파 우려, 물림·탈출 사고 등의 우려점이 있는 일부 종들이 포함됐다. 연구 용역 과정에서 돼지코뱀 3종은 독이 있는 생물로 관세법상 수입이 불가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목록에서 빼는 대신 “관세청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올렸고, 여섯띠아르마딜로 또한 용역 보고서에 “접촉 및 사육자에게 나병 발생률 증가”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질병전파 항목에서 평균 1.3점(3점 척도, 점수가 높을수록 위험)을 받아 목록에 올랐다. 물림·탈출·유기 사고가 보고된 바위너구리 또한 마찬가지다. 미어캣은 평가 항목에 없는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사육되는 종’이라는 이유로 포함됐다. 여섯띠아르마딜로·바위너구리·미어캣은 모두 동물산업협회의 추가 요청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해철 의원은 “평가자 3분의 1이 업계 관계자인 데다 지정 요청 다수가 업체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백색목록이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지 의문”이라며 “압박은 자원관에서 나왔지만, 그 압박이 향한 방향은 결국 업계가 원하는 쪽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립생물자원관은 지정 경위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시행하고, 백색목록 888종 전체를 원점에서 재평가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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