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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September 26, 2026

아름다운 언덕에서 들려오는 세이렌 노래, 제리 율스만 기념관 [카메라 워크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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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1992, Gelatin silver print,34.3x26cm,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Untitled, 1992, Gelatin silver print,34.3x26cm,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제리 율스만이 1992년에 만든 사진은 매혹적인 노래로 사람을 홀려 생명을 앗아간다는 바다의 정령 세이렌을 떠오르게 한다. 세이렌의 형상에 대한 묘사는 분분하다. 세이렌을 만난 사람들은 모두 저세상으로 떠났기에 그럴 수 밖에. 하지만 지략이 뛰어난 오디세우스는 자기 몸을 돛대에 묶어 세이렌과 맞서는데....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세이렌은 새의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다. 하지만 기원전 6세기에 제작된 그리스 도기화에 새겨진 세이렌은 오직 머리만이 여인의 모습을 한 새의 형태다. 중세에는 새의 모습이 아닌 인어의 형상을 한 세이렌이 등장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이렌은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육감적인 몸매로 사내를 홀리는데....

세이렌의 이야기도 변형된다. 거대한 벌레로 변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쓴 프란츠 카프카는 세이렌에 대한 짧은 단편을 남겨 놓았다. 바로 ‘세이렌의 침묵’이다. 오디세우스가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몸을 돛대에 묶었기 때문이 아니다. 자기 몸을 묶으며 신의 세계에 도전하는 오디세우스의 기백에 세이렌이 유혹을 당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오디세우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세이렌이 치명적인 유혹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한낱 낭설일 뿐이라고.

서사시와 그림은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진은? 사진은 좀 곤란한 일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여겨져 왔다.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어쨌든 사진의 가장 큰 힘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러한 사진의 불관용성을 훌쩍 뛰어넘는 사진작가들이 있다. 지난 11일에 경기도 김포의 아름다운 언덕 위에 기념관을 개관한 제리 율스만(Jerry Uelsmann, 1934–2022)이 대표적이다.

제리 율스만은 조합인화 기법으로 작품을 만드는 사진작가다. 여러 장의 네거티브 필름을 결합해 하나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필름들을 오려내어 조합해낸 이미지는 당연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장면들이다. 그림으로 따지자면 초현실주의다. 디지털 사진이 대세인 지금은 여러 사진을 겹치고 필요한 부분을 결합하는 레이어와 마스킹 툴을 사용하는 포토샵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리 율스만의 사진은 암실에서 탄생한 수공예 작품이다.

살아생전 제리 율스만은 암실을 “발견과 관찰, 명상을 위한 시각적 연구실”이라고 표현했다. 김포의 기념관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즈빌에 있던 그의 확대기와 암등, 작업 도구를 재현한 암실도 마련돼 있다. 카메라와 사진 재료가 놓인 작업실도 재현돼 있다. 물론 그의 사진들도 전시된다. 작품과 함께 조합인화 과정을 보여주는 콘택트 시트 등 아카이브 자료도 선보인다.

Jerry N. Uelsmann,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Jerry N. Uelsmann,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Jerry Uelsmann’s Darkroom, Gainesville, U.S.,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Jerry Uelsmann’s Darkroom, Gainesville, U.S.,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Untitled Contact Sheet, No Date,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Untitled Contact Sheet, No Date,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Untitled, 1983, Gelatin silver print, 34.1x24.2cm,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Untitled, 1983, Gelatin silver print, 34.1x24.2cm, ⓒ The Estate of Jerry N. Uels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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