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필라이 “트럼프 행정부의 ICC 제재, 전례 없고 용납 못할 일”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법조인 나바네템(나비) 필라이(사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를 “전례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필라이 선정이 알려진 직후 ICC 제재를 발표했다.
필라이는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노벨평화센터 행사에 영상으로 참석해 “ICC를 비롯한 국제법원의 존립을 둘러싸고 긴장과 불안이 매우 크다”며 “한 국가가 판사들이 내린 사법적 결정만을 이유로 제재를 가하겠다고 하는 것은 전례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공지 직후 ICC를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불법적 기구”로 규정하고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 내 ICC 자산을 동결하고 모든 금융 서비스와 기술에 대한 접근을 6개월 안에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ICC는 미국의 조치가 국제법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영국, 캐나다, 덴마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등은 우려를 나타내거나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제재로 ICC의 금융 거래와 재판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 결과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9일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상이 돌아갔다”며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내가 한국과 북한, 일본과 북한,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도 막고 있다”며 “8개의 전쟁을 끝냈으니 노벨상 8개는 받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ICC가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의 행위를 조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데 반발해왔다. 필라이가 2021~2025년 이끈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관련 독립조사위원회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인정한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비판 대상이었다. 트럼프는 이 조사를 “허위 조사”라고 주장하며 필라이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적대자”라고 공격했다.
필라이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맞서고 국제법과 인권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94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타밀족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한 활동가와 정치범들을 변호하며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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