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앤트로픽 ‘책 도둑질’ 한국 피해 저자 250명…한강·황석영도 보상 ‘산 넘어 산’ [.txt]

광고
미국 기업 앤트로픽이 인공지능(AI) 모델의 학습을 위해 전세계 도서 700만권을 무단 내려받기한 데 따른 논란이 국제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한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저작권을 침해당했으나 실제 앤트로픽으로부터 보상까지 받을 국내 저자는 극히 드물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황석영·김영하·김애란·김숨 작가 등도 피해 본 영문판 대부분이 번역자 명의로 미국 저작권청(USCO)에 등록되어 원작자로선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국내 문학 작품의 경우, 작가 본인이 권리인으로 등록된 경우는 단 3종(3명)에 불과한 것으로 29일 파악됐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앤트로픽은 ‘위법 행위는 없다’면서도, 또 다른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지식재산권·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책임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앤트로픽은 향후 저작권 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그에 따라 “해당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의 배포·사용이 금지되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처음부터 모델을 다시 학습시켜야 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공개 증권신고서(‘S-1’)를 통해서다.
광고
앤트로픽이 2021~22년 디지털 해적판 도서를 시중 사이트에서 대규모로 내려받아 자사 모델 ‘클로드’의 학습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건 2024년 8월 미국 작가 3인이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 이후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9월 원고와 합의하고, 700만권 가운데 48만여권에 대해서만 총 15억달러 규모(약 2조130억원, 작품당 3천달러꼴)로 현재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7월 법원이 승인한 내용이다.
국내에선 제때, 충분히 공론화되지 못했다. 미국에선 1년 전인 지난해 10월 말 보상 대상에 작가와 학자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트럼프, 연방대법관들까지 포함되었다는 사실도 쟁점화했다. 48만여건 가운데 한국인 저자는 최근 들어 낱낱으로 확인되어 왔을 뿐이다.
광고
광고
앤트로픽 피해 ‘한국인’ 전수 조사
이에 한겨레가 전수 조사를 목표로, 현재 영문으로 된 작가명·책제목·출판사, 미국 저작권청 등록 번호와 아이에스비엔(ISBN)으로만 개별 검색해 보상 대상을 확인시키는 합의 관리 웹사이트를 직접 조회 파악한 결과(*주석), 피해 작품의 한국인 저자는 학술·교양, 종교, 문학 등에 걸쳐 적어도 250명 이상(약 290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학의 경우, 김숨·김애란·김언수·김영하·김혜순·배수아·신경숙·윤고은·정유정·한유주·황석영·황선미 등의 작품과 타계한 작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소설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단편 선집, 안정효의 ‘은마는 오지 않는다’, 시인 박재삼의 시선집 등이 대표적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학술·교양 저작엔 장하준(SOAS 런던대 경제학 교수), 정병호(별세, 한양대 문화인류학 명예교수), 조동철(한국개발연구원 전 원장), 오명(전 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작가 이민진(소설 ‘파친코’), 독일 철학자 한병철(비평서 ‘피로사회’) 등 한국계를 포함하면 전체 피해자는 340명가량으로 는다.
‘적시 대응’의 여부를 떠나, 애초 한국인 저자는 크게 세차례에 걸쳐 보상권에서 멀어진다. 무단 채집된 700만권에 속해도 영문판이 아닌 경우 제외되고, 그 영문판이 일정 기간 내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되지 않았을 때 또 제외된다. 보상 대상에 속해도 해외 출판사와 번역자만 권리인으로 등록되어 제외될 가능성이 커진다. 추가로 ‘교육용 서적’으로 분류된 경우 문학 작품 등에 적용되는 기본 규칙(저자와 출판사의 5:5 배분)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 모두 일단은 번역자나 출판사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저자가 직접 법원이 지정한 합의 관리인 쪽에 청구해 보상 중재를 거쳐볼 수 있으나, 이는 올 3월 마감됐다. 추후 개별 계약에 따라 번역자나 출판사에 보상 배분을 논의·요구하거나 앤트로픽 등을 상대로 소송을 꾀할 수 있지만, ‘작가’에겐 그 자체로 엄청난 ‘비용’이다.
광고
실제 한겨레가 한국인 출간물의 저작권청 등록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저자가 권리인으로 바로 등록된 경우는 40종(37명, 번역자·출판사 등과 공동 등록된 경우 포함)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국내 문학 작품은 신경숙의 ‘외딴방’, 안정효의 ‘은마는 오지 않는다’, 고상미의 그림책 ‘신발 신은 강아지’(영어로 먼저 출간됨) 3종뿐이다. 한강(역자 데버라 스미스), 김영하(크리스 리 등), 김애란(김지영), 윤고은(리지 뷸러)과 신경숙의 또 다른 작품(2종, 김소라 등)을 포함한 나머지는 대부분 번역자, 일부는 출판사만 권리인으로 등록된 상태다. 한국인 전체 저작물 가운데 국내 출판사, 저작권 에이전시가 (공동) 권리인으로 등록된 경우는 전무했다.

■ 권리인 등록 문학 작가는 딱 셋
앤트로픽은 ‘보상을 합의했을 뿐 위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관련한 법적 절차는 변호·합의 비용, 경영 자원의 전용, 기타 요인들에 의해 당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증권신고서를 통해 앤트로픽은 저작권 소송 이후 방식을 바꿔 도서 스캐닝, 웹 스크래핑 등으로 데이터를 수집, “인공지능 모델의 사전·사후 학습을 포함한 개발 단계 전반에 활용한다”며 이로 인해 “지식재산권·개인정보 침해에 따른 추가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공지했다. “수집된 정보가 개인정보 보호법, 저작권법, 기타 지식재산권법으로 보호되는지를 매번 완벽하게 검증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유다. 최근 유럽, 아시아 시장에서 앤트로픽 쪽이 ―국내 경우 도서 유통 회사 웅진북센 등을 통해― 대량 구매해 간 서적들이 이 경로에서 스캐닝된 뒤 폐기 처분됐다. 말하자면 ‘도서 탈곡’인 셈이다.
앤트로픽과 저작권자 양간의 합의 보상이 이 사태의 결말은 되지 못한다. 합의를 마다한 작가와 출판사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앤트로픽도 증권신고서에 전망한바, 저작권 유효 도서를 인공지능 모델 학습을 위해 스캐닝 등의 기술로 복제 사용하는 행위를 ‘공정 이용’(Fair Use)으로 판단한 1심으로부터 최종 판결은 달라질 수 있다. 나아가 유럽연합과 캐나다 등은 미국식 ‘공정 이용’을 인정하지 않거나 더 제한한다. 지난해 5~7월 캐나다 작가들이 앤트로픽 상대로 캐나다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며 집단 소송(2건)을 제기해 진행 중이다. 올 7월, 10월엔 캐나다 언론사들이 콘텐츠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앤트로픽 소송 대오에 합류했다.
광고

■ 미국·캐나다 작가 등 별도 소송 ‘빅뱅’
한국에서도 늦게나마 대응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앤트로픽 관련 미국 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에 있어, 작가들의 침해된 권리가 회복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보상 청구한 저자뿐 아니라 보상에서 제외된 저자들을 파악해 추가 대응 기회를 모색, 지원하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집단 소송은 작가들 의견을 듣고 정해질 수 있는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수출사 케이엘(KL) 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는 한겨레에 “(클라이언트 중) 올 초 보상 관련 연락을 받은 작가들이 있다. 결과를 내다보긴 어렵다. 시시각각 변하고, 이것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발생 사안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선도적으로 업계, 학계, 공공이 협력해 (저작권 관련) 연구를 포함한 전반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은 “모든 (소송) 사안에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증권신고서에 밝히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과 외국 법원에서 현대 인공지능 모델 학습에 있어 특정 저작권법의 적용이나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계약상 해석을 확정적으로 정리(판결)한 사례는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앤트로픽은 그러면서도 “당사나 동종 업체에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해당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의 배포·사용이 금지되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여 처음부터 모델을 다시 학습시켜야 할 수 있다”고, “(앤트로픽 상대의) 청구, 소송, 조사, 규제 등은 타당성을 떠나 당사의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98쪽)고도 적시했다.
세계 3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부커상 수상 작가인 아룬다티 로이(65, 인도)는 자신도 앤트로픽의 피해자임을 밝히며 “나도 몰래 내 장기를 적출당한 것 같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인류 문명에 대한 무단 수탈”이자 “사유화” “인간성에 대한 범죄”라고도 비판했다. 이달 15일치 잡지 ‘이퀘이터’ 기고 등을 통해서였다.
로이는 “집단 소송 결과 합의금 명목으로 작품당 몇천달러씩의 투척(throw)을 제안하는 통지를 받았다”며 “이제 내 저작물로 학습을 마친 기계 때문에 두려워진다. 앞으로 내가 수십년 공들여 나만의 독자적 글을 썼을 때, 사람들이 그걸 보고 ‘당신 같지 않다’, 즉 ‘에이아이(AI)가 쓴 거 아니냐’ 할까 봐 겁이 난다. (…) 이런 상황을 뭐라 불러야 할까? ‘심장 퍼가기’(heart-mining)? ‘뇌수 채굴’(brain-mining)? 아니면 ‘생명 채굴’(life-mining)?”이라고 따져 물었다.
로이는 앤트로픽의 저작권 침탈 행위를 지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거대 인공지능 회사들의 ‘성장’ 양태를 통렬히 꼬집었다. 국가와 유착한 인공지능의 군사 무기화, 인공지능 개발 과정에서의 저개발 국가 에너지와 노동 착취 말고도 ‘인류 멸망’ 위기를 조장하면서 이면으로 권력과 자본이 결탁한다는 게 로이의 진단이었다.
투자자 보호, 시장의 투명성·공정성 제고, 건전한 자본 형성 촉진에 그 목적이 있는 증권신고서에 앤트로픽은 당면하고 예상되는 여러 ‘리스크’를 적시했다. 인간 창작자 ‘로이’의 위기와 인공지능 모델 ‘클로드’의 위기가 바야흐로 ‘빅뱅’하고 있다.
* 주석: 한국문학번역원의 작가 목록, 미국 워싱턴대 한국문학 영역본 데이터베이스(DB) 등에서 수집한 한국(계) 작가 영문명, 미국 저작권청에 등록된 저작물 가운데 한국(계) 작품·작가 등을 모집단 삼아, 인공지능을 활용해 검색어를 추출·구성하고, 파이썬으로 자동화 도구를 만들어 저자 이름 1만9800건, 등록번호 4천건, 출판사 20건가량을 개별 검색했다.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