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 ‘동학 지우기’에···전북교육청 대응 나섰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 중 일부 내용. 다른 출판사(왼쪽)가 동학농민혁명을 학습활동으로 제시한 반면 A출판사는 개항 이후 달라진 생활상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초등학교 사회 검정교과서에서 동학농민혁명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이 누락되는 사례(경향신문 9월15일자 10면 보도)가 확인되자 전북교육청이 자체 역사교육 강화와 교과서 검정 제도 개선에 나섰다. 교육과정의 ‘대강화’로 출판사별 역사 서술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역의 주요 역사가 학교 수업에서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천호성 전북교육감은 22일 “전북은 고부 농민봉기와 황토현 전투, 전주화약 등 주요 역사가 전개된 동학의 중심지”라며 “학생들이 근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사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적극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전북교육청은 우선 동학농민혁명을 지역화 교육과정과 연계해 민주시민·인권교육으로 확장하고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교수·학습자료를 보완하기로 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과 연계한 ‘지역연계 민주시민교육’ 운영 학급은 올해 95곳에서 내년 105곳으로 늘린다. 지역사 인정도서 승인 과정에서도 주요 역사 사건의 누락 여부를 살필 방침이다.
2022년 전북 정읍시 황토현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 세워진 전봉준 장군과 동학농민군상 ‘불멸-바람길’. 정읍시는 친일 행적 논란이 불거진 조각가가 제작한 기존 전봉준 장군 동상을 2021년 철거한 뒤 이 군상을 새로 세웠다.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교육청이 대응에 나선 것은 내년부터 적용되는 새 교과서에서 주요 사건이 빠진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초등 5학년 2학기 사회 검정교과서 8종 가운데 점유율 1위인 A출판사 교과서에는 동학농민혁명과 독립협회, 만민공동회가 모두 담기지 않았다. 검정을 통과한 8종 가운데 이들 사건을 모두 다루지 않은 교과서는 A출판사가 유일하다.
다른 교과서 3종은 동학농민군의 개혁안을 소개하고 당시 민중이 지향했던 사회를 살펴보는 탐구 활동 등을 담았다. 반면 A출판사는 개항 이후 근대 문물 유입에 따른 생활상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교과서별 차이가 나타난 배경으로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대강화’가 거론된다. 구체적인 인물과 사건을 성취기준에 명시했던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달리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현장 자율성 확대를 위해 성취기준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 개항기 역사도 ‘근대 문물 수용 과정에서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한다’는 식으로 제시돼 구체적으로 다뤄야 할 사건이 명시되지 않았다.
전북교육청은 자체 교육 강화에 그치지 않고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요구하기로 했다.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빠지지 않도록 교육부에 검정 기준과 교육과정 보완을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
천 교육감은 “지역의 소중한 역사가 수업과 현장체험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자긍심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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