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야 맛있지” 했는데…커피, 몇 도부터 식도암 위험 높아질까
다음 커피부터는 갓 나온 잔을 바로 들이켜기보다 몇 분 기다려보자. pexels
요즘같이 시원해진 아침에 갓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때 느껴지는 따뜻하고 쌉쌀한 맛. 커피는 역시 뜨거워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최근 ‘얼마나 뜨거운가’가 커피의 맛뿐 아니라 건강에도 중요한 문제라는 연구가 나왔다. 그렇다면 커피는 몇 도까지 뜨거워도 괜찮을까.
미국 건강 전문 매체 프리벤션은 최근 영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영국인 약 97만7000명의 음료 섭취 습관을 분석하고 평균 11~14년 동안 추적했다. 연구 기간 중 식도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2348명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커피나 차를 ‘따뜻하게’, ‘뜨겁게’, ‘매우 뜨겁게’ 마시는지 물었다. 그 결과 ‘매우 뜨겁게’ 마신다고 답한 사람은 ‘따뜻하게’ 마시는 사람보다 식도 편평세포암 위험이 약 3배 높았다. ‘뜨겁게’ 마시는 사람도 ‘따뜻하게’ 마시는 사람보다 위험이 높았다.
또 하루에 뜨거운 음료를 6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6잔 미만 마시는 사람보다 식도 편평세포암 위험이 71%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 결과는 뜨거운 음료가 식도암을 직접 일으킨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참가자가 마신 음료의 실제 온도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음료가 얼마나 뜨겁다고 느끼는지를 답하게 했다는 점을 한계로 제시했다.
왜 뜨거운 커피가 식도암과 관련 있을까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은 커피 자체보다 식도에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열 자극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6년부터 65도를 초과하는 ‘매우 뜨거운 음료’를 식도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Group 2A’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커피나 차라는 음료의 종류가 아니라 ‘매우 뜨거운 온도’다.
뜨거운 음료가 식도를 지나갈 때 반복적으로 높은 열에 노출되면 식도 점막에 열 손상이 생길 수 있고, 장기간 반복되는 자극과 염증, 회복 과정이 세포 변화와 관련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영국 연구 역시 기존의 이런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따라서 ‘커피가 암을 일으킨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근거가 가리키는 것은 ‘아주 뜨거운 상태로 반복해서 마시는 습관’이다.
여기서 가장 궁금한 질문이 나온다. 65도가 기준이라면 64도 커피는 안전하고 66도 커피는 위험한 것일까?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65도는 암 위험과 관련된 연구에서 사용하는 ‘매우 뜨거운 음료’의 기준이지, 안전과 위험을 가르는 절대적인 경계선은 아니다. IARC 역시 65도를 넘는 음료를 ‘매우 뜨거움(very hot)’으로 정의하고 있을 뿐, 그 이하의 온도를 ‘안전하다’고 규정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는 어떻게 하면 될까. 65도 이상은 피하고, 실제로 마시는 커피는 55~60도 정도로 식힌 뒤 천천히 마시는 방법을 실용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그렇다고 커피의 맛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커피의 감각적 특성을 분석한 연구에서 50도, 60도, 70도의 커피를 비교한 결과 온도에 따라 향과 맛의 강도가 달라졌으며,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결과 소비자가 선호하는 커피 음용 온도는 약 54~60도 범위로 보고된 바 있다. ‘뜨겁지 않은 미지근한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충분히 뜨겁게 느껴지는 55~60도에서도 커피의 풍미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바로 내린 커피, 바로 마시면 안 되는 이유
커피를 추출할 때와 실제로 마실 때의 온도는 다르다. 뜨거운 물로 추출한 커피는 컵에 담긴 직후 상당히 높은 온도일 수 있지만, 마시는 동안에는 계속 식는다. 커피가 나오자마자 ‘뜨거운 게 맛있지’라며 바로 연달아 마시는 습관보다는 잠시 기다렸다가 첫 모금이 부담스럽지 않은 온도가 됐을 때 마시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내내 온도계를 휴대할 수는 없는 법. 커피를 받은 직후 한 모금 마셨을 때 혀나 입천장이 따갑거나, ‘후후’ 불어야 할 정도라면 아직 너무 뜨거운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잠시 기다렸다가 편안하게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식힌다. 특히 보온 기능이 강한 텀블러에 담은 커피는 생각보다 오랫동안 높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온도에 유의하며 마시면 되겠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지나치게 뜨거울 때 마시지 않는 것은 비단 커피뿐만 아니라, 모든 음료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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