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인다고 반려동물일까? [이형주의 비인간동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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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지난 8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울산 울주군의 한 가정집에서 불법 번식에 사용되던 미어캣과 라쿤 등 야생동물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좁은 사육장에 갇혀 오물과 뒤섞인 동물들의 모습은 불법 개 번식장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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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개정된 야생생물법에 따라 지난해 12월 ‘백색목록’ 제도가 시행됐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국가가 먼저 도입한 이 제도는 일반 가정에서 사육해도 생태계와 공중 보건, 동물 복지에 위해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종만 거래와 사육을 허용한다. 국내 목록에는 포유류 9종, 조류 17종, 파충류 655종, 양서류 207종 등 총 888종이 올랐다. 수입, 양도, 보관은 신고로 가능하고, 지자체의 허가를 받으면 생산, 판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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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은 진일보한 일이지만 여전히 빈틈은 있다. 국내 포유류 목록은 9종에 불과해 엄격해 보이지만, 등재된 종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4년 30종을 지정한 네덜란드의 포유류 목록은 개, 고양이와 가축(말, 당나귀, 노새 등), 실험동물로 이미 사육 기준이 정립된 햄스터, 쥐 등 설치류가 주를 이룬다. 국내 목록에 있는 미어캣, 바위너구리, 아르마딜로는 찾아볼 수 없다. 국내 포유류 숫자가 적은 것은 반려동물과 국제적 멸종위기종 등 이미 법으로 관리되는 동물을 애초 평가 대상에서 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야생동물 판매 업체에서 몇달 된 새끼 바위너구리 한 쌍을 보았다. 직원은 아직 ‘손을 타지 않아’ 만지기 어렵다며 번식을 위해 기른다고 했다. 이전에는 판매 업장에서 보이지 않던 동물이다. 업자조차 다루기 어렵다는 동물을 귀엽다는 이유로 거실에 들인다면 사람과 동물 어느 쪽의 미래도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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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너구리는 아프리카의 바위 지대에서 수십마리가 무리를 이루고 산다. 체온 조절 능력이 제한적이어서 바위 위에서 햇볕을 쬐고 바위 틈새에 몸을 숨긴다. 발바닥도 가파른 바위를 오르기 좋게 진화했다. 남미가 서식지인 여섯띠아르마딜로는 넓은 공간을 이동하며 강한 앞발과 발톱으로 굴을 파고 먹이를 찾는다. 몸의 모양부터 거실 마룻바닥에 살도록 진화하지 않은 것이다. 부적절한 환경과 관리로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진료 경험이 있는 수의사를 찾기 어렵다.
야생동물의 가정 사육으로 인한 동물 복지 훼손을 예방하는 것은 국외에서 백색목록 제도를 도입한 주요 목적이다. 2022년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연합 농수산이사회 회의에 제출된 유럽연합 차원의 백색목록 도입 입장문도 공중 보건과 생물다양성 위험성과 함께 ‘동물 복지’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일반 가정에서 길렀을 때 해당 종의 생리적, 행동학적, 생태적 습성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 종 평가 기준에서 동물 복지는 찾아볼 수 없다. 법이 개인 사육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시민들이 ‘가정에서 키우기 적합한 동물’이라는 증거로 오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 8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야생동물 밀수를 “마약 밀수 다루듯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불법 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는 동물이 야생에서 포획됐는지, 불법 유통됐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합법 거래도 수요를 키워 밀수를 부추길 수 있다. 국제사회의 정책도 코로나19 이후 불법 거래 단속을 넘어 상업적 거래 등 야생동물과 인간의 불필요한 접점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반려동물’에는 동반해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동반은 서로에게 도움이 될 때 성립되는 것이지, 다른 한쪽에게 피해가 될 때 성립되는 관계가 아니다. 생존에 바위가 필요한 바위너구리를 집에 들인다고 반려동물이 되지는 않는다. 동물의 필요를 완전히 무시한 사육은 반려보다 폭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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