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토큰화 주식 전격 허용…24시간 주식거래 시대 열렸다

美 SEC, ‘혁신 면제’ 조치 공개
클래리티법 표결 무산 직후 발표
토큰화 주식도 배당·의결권 보장 요구
로빈후드·시큐리타이즈 등 관련주 급등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 내에서 주식을 토큰화하여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주식 시장의 24시간 연중무휴 거래 시대가 한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미 SEC는 17일(현지시간)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를 전격 승인했다. 이는 기존 증권거래소에 적용되던 특정 규제를 면제해 주는 형식을 취한다.
앞서 미 상원이 지난 15일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처리에 실패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조치다.
폴 앳킨스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의회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클래리티법 통과에 실패했다”며 “그래서 SEC는 법정 권한 내에서 특정 토큰화 주식의 온체인 거래를 촉진함으로써 미국 자본시장을 디지털 시대로 이끄는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번 면제는 ‘토큰화 증권 거래소(Tokenized Securities Venue·TSV)’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들이 향후 5년간 정식 증권거래소로 등록하지 않고도 스마트컨트랙트와 유동성 풀을 활용해 토큰화된 미국 상장주식(NMS 종목)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부 면제다.
이에 앳킨스 SEC 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향후 온체인 시장이 자본시장 진화 과정에서 실행 가능한 경로로 남도록 하기 위한 항구적 규정 제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5년의 실험 기간이 끝난 뒤 정식 규정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SEC는 지난 1년 넘게 이 방안을 준비해왔으나 클래리티법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발표를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우예다 SEC 위원은 이날 별도 성명에서 “토큰화는 발행·거래·이전·결제·소유권 기록 등 증권시장 핵심 인프라 기능을 현대화하고 비용을 낮추며 투명성을 높이고, 특히 그동안 유동성이 부족했던 자산의 유동성을 확대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혁신 면제 조치에 따라 상장 기업이 직접 주식을 토큰화한 경우는 물론, 기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제3자가 토큰화한 주식도 TSV를 통해 합법적으로 거래될 수 있다.
다만 SEC는 기초 자산의 주가를 추종할 뿐 실제 소유권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보안 기반 스왑이나 ‘래퍼(Wrapper)’ 형태의 합성 토큰은 이번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 밖의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에서 흔히 거래되던 합성 토큰화 자산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고 실물 주식과의 연계성을 엄격히 하겠다는 의도다.
나아가 각 플랫폼에서 거래될 수 있는 토큰의 수량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해당 토큰 보유자에게는 배당금 수령권과 의결권 등 전통적인 주주가 누리는 표준 혜택이 동일하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제3자 거래소의 경우 상장 기업의 주식을 토큰화하기 전 해당 발행사에 계획을 의무적으로 통지해야 하며, 발행사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는다.
만약 가상자산 거래의 위험성을 우려한 다수의 대기업이 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제3자 발행 토큰의 수는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지난달 로빈후드가 AMC엔터테인먼트 측 동의 없이 관련 주식 토큰을 발행하며 불거진 갈등을 의식한 안전장치로 풀이된다.
거래 규모에도 제한이 걸렸다. 유동성이 높은 1군 종목은 거래소별로 최대 75개 종목까지, 일평균 거래량의 0.25% 이내에서만 취급할 수 있고 2군 종목은 최대 250개 종목, 일평균 거래량의 2.5% 이내로 제한된다.
제이미 셀웨이 SEC 거래시장국장은 “의도적으로 작게 시작해 효과를 측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일평균 거래량이 약 4000만주에 달하는 테슬라의 경우, 이번 면제 아래서는 하루 약 10만주(주당 366달러 기준 약 3660만달러) 수준의 토큰화 거래만 허용되는 셈이다.
SEC의 토큰화 주식 거래 허용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로빈후드 주가는 전일대비 5.16% 오른 109.81달러, 한화그룹이 최대주주로 등극한 토큰화 플랫폼 시큐리타이즈는 14.93% 급등한 8.93달러에 마감했다.
카를로스 도밍고 시큐리타이즈 최고경영자(CEO)는 “진짜 토큰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매우 긍정적”이라며 “발행사 주도형 토큰화 채택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업들간 토큰화 주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시큐리타이즈처럼 상장사와 직접 협력해 토큰화 주식을 발행하는 모델과 발행사의 긴밀한 협력 없이 독자적으로 제3자 토큰을 제공하는 모델이 시장 점유율을 두고 경쟁할 전망이다.
다만 최근 미국 증권사들의 이익 단체인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는 토큰화 주식 플랫폼의 난립이 결국 시장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공정 접근성, 가격 투명성, 투자자 보호 등 기존 규제망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반발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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