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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1, 2026

1교시는 ‘농사짓고 밥하기’ 2교시는 ‘평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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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작은학교 입학설명회가 열린 지난달 24일 학생들이 평화기행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실상사작은학교 입학설명회가 열린 지난달 24일 학생들이 평화기행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평화를 공부했는데 오히려 괴로워졌다. 세상의 차별과 폭력을 알아갈수록 외면하며 살아온 자신의 모습도 돌아보게 됐다.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겠지만, 이제는 모른 척하며 살고 싶지 않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가 나왔다. “빡빡한 일정에 지칠 때마다 생각했어요. 도대체 평화가 뭐길래 나는 이러고 있나…” 다른 학생의 푸념 섞인 고백에 이번엔 웃음이 터졌다. 지난달 24일 전북 남원 실상사작은학교. 학생들은 지난여름 두 달간 일본과 제주 등지를 다녀온 평화기행 경험을 재학생과 학부모 앞에서 나눴다. 진지한 성찰과 10대다운 솔직함이 어우러진 자리였다.

올해 개교 25주년을 맞은 실상사작은학교는 ‘생명의 길, 사람의 길, 자기의 길’을 교육철학으로 삼는 불교계 비인가 대안학교다. 생명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2001년 컨테이너 교실 두 동에 학생 15명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과거 귀농학교로 사용하던 2층 건물과 별채 등에서 중고교 학령기 학생들을 위한 5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은 27명이다.

국어와 영어, 수학도 공부하지만 농사를 짓고 자연과 사회 문제를 탐구하는 등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공부의 비중도 크다. ‘작은가정’이라고 부르는 기숙사에서 학생들은 함께 밥을 짓고 살림을 맡으며 생활한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마음에 맞는 친구끼리만 어울리기도 어렵다. 조의제 대표교사는 “갈등도 생기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생각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배움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2주 동안 배낭을 메고 걸으며 직접 밥을 해 먹는 ‘세상 보기’도 주요 수업 중 하나다. 조 교사는 “아이들에게 두렵기도 하지만 큰 자극이 되는 경험”이라며 “학생들이 직접 새로운 수업을 제안하거나 만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활짝 웃고 있는 실상사작은학교 교사들. 왼쪽부터 조의제, 이경재, 하수용, 양창목 교사.

활짝 웃고 있는 실상사작은학교 교사들. 왼쪽부터 조의제, 이경재, 하수용, 양창목 교사.

상근 교사 7명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마을 주민 25명 안팎이 수업에 참여한다. 학교가 있는 산내마을은 귀농·귀촌인과 기존 주민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다. 70여개의 주민 소모임이 활동하고 있으며 학교 교사와 실상사 공동체 구성원들도 참여한다. 마을 전체가 아이들의 배움터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부모들도 공부한다. 개교 초기부터 여름과 겨울마다 2박3일씩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연수를 진행해왔다. 자녀가 5년 과정을 마칠 때까지 참여하는 연수만 10차례다.

학교 설립을 주도한 이경재 교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힘을 기르는 데 교육의 핵심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비인가 대안학교인 만큼 학력을 인정받으려면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고, 일반 교과 수업의 비중이 낮아 대학 진학을 준비하려면 별도의 공부도 필요하다. 입학 지원자가 한 명에 그쳐 신입생을 받지 못한 해도 있었다. 그런 고비를 넘기며 25년을 이어왔다. 이제 학교와 지역 공동체는 졸업생을 비롯한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교육과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희망의 싹도 보인다. 일부 졸업생들이 지역에 자리 잡고 모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1기 졸업생 하수용씨는 농업을 공부하고 현장 경험을 쌓은 뒤 학교로 돌아와 후배들에게 농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의 세 자녀 중 첫째도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7기 졸업생 양창목씨는 영어와 연극을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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